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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국내저자 > 소설

이름:강영숙

성별:여성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7년, 대한민국 강원도 춘천 (전갈자리)

직업:소설가

기타: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최근작
2024년 4월 <[큰글자도서] 분지의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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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부림지구 벙커X

사람을 바꾸는 건 다름 아닌 날씨,라고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몇년 전만 해도 지구 온난화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 4년 전쯤에 갔던 베이징 풍경.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바깥으로 나와 보니 퇴근 시간 무렵이었고, 스모그로 인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베이징 시민들이 자전거로, 도보로, 집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내 몸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해란 무엇인가. 어린아이들 표현대로 정말 지구는 아픈 걸까. 재해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재해가 과연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미 모든 걸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재해 시 사람은 얼마나 인간적일 수 있을까. 뜻밖에 일어난 재난은 어떤 계급이나 격차를 한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재난과의 동거는 늘 더 어려운 쪽의 몫이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재해가 나기 전부터도, 지금도, 평생 동안 재해를 앓듯 살아간다. 이쪽에서나 저쪽에서나 모두들 그저 묵묵히 살고 있을 뿐인, 그림자 같은 착한 사람들이 이 소설에 있다. 나는 부림지구라는 허구적 공간 안에서 그들의 조용한 움직임을 따라 다녀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2월

[큰글자도서] 분지의 두 여자

이 소설을 쓰는 동안 한두 가지 질문을 내내 가지고 있었는데 그 하나는 삶의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삶이 삶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징후의 발견이었다.

두고 온 것

다만 무엇이든 작은 것이라도 기록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한 관찰이 전부인, 스스로 쓰는 부고장 같은, 아직 이야기가 되지 못한 소설들을 한 장의 엽서에 담았다. 늘 그렇듯이 이번 엽서의 테마도 미진한 나 자신이다. 다음에는 더 많이 기록하되, 지금 여기 있는 수많은 실수들을 극복하고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 _‘작가의 말’에서

부림지구 벙커X

사람을 바꾸는 건 다름 아닌 날씨,라고 나는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 몇년 전만 해도 지구 온난화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지만 지금도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 4년 전쯤에 갔던 베이징 풍경. 상가 건물 지하에 있는 대형 슈퍼마켓에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바깥으로 나와 보니 퇴근 시간 무렵이었고, 스모그로 인해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베이징 시민들이 자전거로, 도보로, 집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자전거가 내 몸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데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재해란 무엇인가. 어린아이들 표현대로 정말 지구는 아픈 걸까. 재해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재해가 과연 기회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미 모든 걸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재해 시 사람은 얼마나 인간적일 수 있을까. 뜻밖에 일어난 재난은 어떤 계급이나 격차를 한순간에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재난과의 동거는 늘 더 어려운 쪽의 몫이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재해가 나기 전부터도, 지금도, 평생 동안 재해를 앓듯 살아간다. 이쪽에서나 저쪽에서나 모두들 그저 묵묵히 살고 있을 뿐인, 그림자 같은 착한 사람들이 이 소설에 있다. 나는 부림지구라는 허구적 공간 안에서 그들의 조용한 움직임을 따라 다녀보고 싶었을 뿐이다. 나는 소설의 주인공들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2월

분지의 두 여자

이 소설을 쓰는 동안 한두 가지 질문을 내내 가지고 있었는데 그 하나는 삶의 의미에 관한 것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삶이 삶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상한 징후의 발견이었다.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이번 소설집에 소개되는 단편소설 세 편은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썼다. 또다른 두 편은 서울에서 쓰기 시작해 서울이 아닌 다른 도시에서 완성했다. '령'과 표제작인 '빨강 속의 검정에 대하여' 그리고 '스쿠터 활용법'은 도쿄에서 수정되었거나 새로 씌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씌어졌으나 이 소설집에 싣지 않은 소설들은 중성지 상자 안에 넣어 그냥 버리기로 했다.

슬프고 유쾌한 텔레토비 소녀

할리우드 영화 식의 마무리 서사를 생각해봤다. 사회복지사가 지방 소도시 던킨도너츠 매장으로 하나를 찾아간다. 하나는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고 고시텔 같은 곳에서 자면서 씩씩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나: 쥐 죽은 듯 살고 있어요. 때론 지겹기도 하지만. 사회복지사: 그래서 왜 사라졌니 그때? 하나는 고개를 떨군 채 탁자 위를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하나: 텔레토비가 시켰어요. 사라지라고. 헤어질 시간. 사회복지사는 하나를 안아주고 싶지만, 왠지 하나 옆으로 성큼 다가갈 수 없다. 하나는 창밖에 선 채로 손을 흔드는 사회복지사를 계속 쳐다본다. 하나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출입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저만치 걸어가는 사회복지사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하나: 언니, 잘 가! 사회복지사: 그래, 또 봐. 하나: 담배 쪼금만 피워. 사회복지사: 그래. 하나: 언니, 맞선 잘해! 이 소설은 2주 만에 썼다. 그리고 3년간 다시 썼다. 2주가 지나고 며칠 동안 눈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 그때 생각을 한다.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 흉내를 내거나 그랬던 건 전혀 아니다. 그냥, 쉬지 않고 소설을 계속 쓰면 눈이 보이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것만 알았다. 무거운 돌 하나를 올려놓은 것처럼, 복잡한 현실을, 복잡한 관계를, 꾹꾹 눌러놓고 싶었던 것 같다. 연재하는 동안, 소설을 읽어주신 웹진 문지 독자들께 감사드린다. 독자들의 성숙한 시선이 없었다면 용기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2013년 초여름 강영숙

회색문헌

「폴록」의 K 이사의 모델이 된 환경운동가를 만났던 날, 서울 도심의 하늘은 가루약 같은 미세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인터뷰를 끝낸 후 K 이사와 나 그리고 사진작가는 일제히 황사 방지용 마스크를 착용하고 밖으로 나왔다. 순화동의 식당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건너편의 북창동으로 갔고 손님이 꽤 많이 든 황태해장국 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서울광장을 가로질러 걸었는데 동성애를 반대하는 종교단체의 피켓 문구가 너무 웃겨서 마스크를 벗고 모두 깔깔대며 웃고 말았다. 그 전날 밤에는 잭슨 폴록의 다큐멘터리를 틀어둔 채로 K 이사와 인터뷰할 내용을 정리하느라 늦도록 앉아 있었다. 하루 유동인구가 3천 명이라는 서촌은 한때 매우 조용하고 아늑한 동네였다(특히 눈이 내리고 나면 동네 전체를 입속에 넣고 싶을 정도로 예뻤다). 서촌 한 바퀴를 돌던 어느 날 밤 여행용 트렁크를 끌며 한 여자가 다가와 길을 물었다. 일본 사람 요네자와 씨였다. 어찌어찌 말이 통한 우리는 숭늉 맛이 나는 커피를 사 들고 서촌 골목에 앉아 있었다. 요네자와 씨는 서울에서 깊은 잠을 잘 계획이라고 말했다. 쇼핑도 관광도 아닌 오로지 잠. 불안하지 않은 잠! 지하철 막차를 탔을 땐 잠들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아니 잠들어도 괜찮다. 지하철이 기지로 들어간 후에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첫째는 수족관에 든 물고기처럼 지하철에 갇힌다. 둘째는 곧 익사할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숨을 몰아쉬다가 매미처럼 창문에 달라붙는다. 이외에도 단계별로 많은 일이 일어난다. 직접 경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소설도 문서도 아닌 것을 지칭하려는 듯 ‘회색문헌’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섬세하게 많은 조언을 해주신 이민희 에디터와 문학과지성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나는 스스로를 돌볼 능력이 없다. 늘 나로 인해 누군가가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K 이사는 인터뷰 내내 여러 번 말했다.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해요. 안 그래요? K 이사의 음성은 2013년 녹취 폴더 D 006번 파일에 담겨 있다. 2016년 8월 연희문학창작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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