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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김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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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부수를 알면 한자가 보인다>

부수를 알면 한자가 보인다

개정증보판에 부쳐 이 책의 초판이 세상에 나온 지 25년쯤 되었다. 1991년에 집필을 시작해 우여곡절 끝에 1996년 연말 출간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한자나 한문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조차 부수는 그다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였고, 제대로 된 관련 서적이 없었다. 이 책은 부수자 214개의 연원과 쓰임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우리나라 최초의 연구서이다. 최초 부수 책이다 보니 참고할 기존의 서적이 없는데다 당시에는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가 되기 전후 시기여서 책 쓰는 데 도움이 되는 문자학 관련 자료를 구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집필하다보니 내용이 미진한 부분이 있었고, 더구나 근래에 후학들이 부수를 연구하는 데 자료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고 적확하고 의미 있게 도움이 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개정판 내게 되었다. 이 책이 나온 이후 부수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생겨 요즘 시중에 출판되는 한자 서적들의 제목을 보면 부수란 타이틀을 내세우고 있는 책들이 제법 눈에 띈다. 하지만 여전히 부수를 한자의 부속품쯤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수는 수많은 한자를 체계적으로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대개 뜻에 영향을 주는 의부(義部)의 역할을 하는 같은 형태의 글자다. 예컨대 癌[암 암]?疫[염병 역]?疹[홍역 진]?痘[천연두 두]?癩[문둥병 라]자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병들 녁]자가 바로 부수다. 따라서 ?(녁)자가 병들어 침상에 누운 사람 모습에서 비롯된 부수임을 알면 그 자형이 덧붙여지는 모든 한자는 질병과 관련이 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수는 한자 전체를 이해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어생활에서 익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 가장 복잡한 획수로 쓰이는 한자는 아마도 鬱蒼(울창)이나 憂鬱(우울)의 鬱[우거질 울]자일 것이다. 鬱(울)자는 두 개의 木[나무 목]자와 缶[장군 부]자와 ?[덮을 멱]자와 ?[울창주 창]자와 ?[터럭 삼]자가 합쳐진 한자로, 모두 부수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鬱(울)자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자소(字素)가 되는 5개의 부수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부수는 우리나라 말인 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배워서 알아두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늘 주장해왔듯 모든 학문의 출발점은 문자를 아는 것인데, 국어 어휘의 대부분을 이루는 한자어의 한자는 모두 부수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부수는 한문 교육보다는 국어 교육을 위해 더 필요하다 하겠다. 이 책은 그렇게 한자와 국어에 도움이 되는 부수에 대해 애초에 한자의 3요소인 자형?자음?자의를 밝혀 썼는데, 이를 저본으로 다시 설문해자와 인문학적 내용을 추가해 학문적으로 보강했다. 뿐만 아니라 관련 사진이나 그림을 한층 더 첨가하고, 고문자 자형을 많이 사용해 부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30년 넘게 오로지 한자 하나에 천착해 온 필자가 교육현장에서 올바르게 부수를 교육하기 위해 연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동안 힘이 되어주던 아버지는 곁을 떠나고, 사십이 넘은 나이에 인연을 만나 얻은 자식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독립군처럼 한자 연구를 해오고 있는데, 남은 것은 몇 권의 책뿐이다. 그 책 가운데 가장 위안이 되어주는 본서의 새 옷을 입히는 데 도움을 준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20년 여름에

한·중·일 공용한자 808

책 머리에 태평양은 지구의 모든 육지가 통째로 들어가도 남을 만큼 넓다. 그런 태평양 주변 나라들이 지중해시대와 대서양시대를 지나 오늘날 세계를 주도할 문화권을 형성하며 태평양시대를 열고 있다. 태평양시대의 중심축은 바로 한·중·일이다. 이 세 나라는 옛날 제기(祭器)였던 솥의 세 발과 같은 상태에 놓여 있다. 세 발은 길이가 약간 달라도 솥이 쓰러지거나 흔들리지 않으며, 그다지 고르지 않은 바닥에서도 서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솥의 세 발과 관련해 만들어진 말인 ‘정족지세(鼎足之勢)’는 여러 나라 또는 여러 집단의 세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뜻한다. 이처럼 오늘날 한·중·일은 균형을 이루면서 다방면에 걸쳐 활발하게 교류하며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세 나라가 문화를 공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한자이다. 한·중·일은 한자를 통해 공존공영(共存共榮)해야 할 하나의 한자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인 것이다. 중국은 한자를 전용하고 있고, 일본은 자기들의 언어생활에서 한자를 큰 비중으로 섞어 쓰고 있으며, 한국은 언어의 70%쯤이 한자와 관련되어 있다. 이렇게 세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한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사용하는 문자이다. 영어가 만국공통어처럼 쓰이고 있지만, 세계적 언어정보 제공 사이트인 에스놀로그(Ethnologue, http://www.ethnologue.com)에서 발표한 ‘2019년 세계 언어순위’ 자료를 보면, 한자를 문자로 사용하는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가 각각 1위와 9위, 15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어만 치더라도 사용자가 13억 1천 1백만 명으로 영어 3억 7천 9백만 명보다 훨씬 많음을 알 수 있다. 세계가 갈수록 국경개념을 초월해 글로벌화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한자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더욱이 한자문화를 공유하는 세 나라는 미래 세대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도 한자의 연구와 학습이 긴요하다. 그래서 2013년 한·중·일 한자 전문가들이 모여 우선 세 나라의 공용한자 808자를 선정한 것이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도 이 808자를 소개한 책들이 여러 권 나왔지만, 문자학을 바탕으로 808자를 제대로 풀이한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이를 아쉽게 생각한 필자를 비롯한 16명의 집필자들이 2년 여 동안 매주 한 번 모여 공동연구하면서 기획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집필진이 원고를 교정하는 모습 이 책에는 십인십색(十人十色)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펼쳐져 있다. 그 스펙트럼이 아름다운 무지개가 되기 위해서는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것은 집필진의 열의와 협력 덕분이다. 집필과 교열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원고를 컴퓨터로 정리해 주신 주현정 선생과 그 작업의 후반부를 맡아 주신 지연옥 선생, 책의 특징을 드러내는 학습목표를 설정하는 데 기여해 주신 양성모 선생과 이를 검토해 주신 임성자 선생, 한자의 기원과 808자 선정배경의 글을 써 주신 백현우·유혜순 선생, 덧붙이는 말을 써 주신 양성모? 이순용 선생, 집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김명옥· 엄용숙· 유동열 · 이진남? 허문?황수현 선생, 연구 모임의 총무이신 서덕순 선생, 일본어 교정에 애써 주신 김보경 선생, 영어와 관련된 음성학적 정보를 정리해 준 이순용 선생, 그리고 필자와 집필진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도록 애써 주신 이미영? 최희련 선생이 그 분들이다. 영진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한학중 교수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교수님은 중국어의 간체자를 일일이 확인해 주셨다. 그렇게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등 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긴 시간이 소요되어 집필진의 목마른 기다림이 있었다. 그 기다림을 참고 또 참으며 책을 만들어 주신 학민사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2020년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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