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과 예술의 한계
이 책을 쓰면서 법에 대한 저의 초심을 새삼 돌아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붓 하나, 종이 한 장만 있으면 자신의 예술세계를 쉽게 펼쳐 보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3D, 4D 등 과감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문명 앞에서 예술이 자본에 이끌려 가는 모습을 보면 씁쓸해집니다. 자본에 의해 선택받지 못한 표현은 일반인들이 그 생각을 공유할 길마저 차단됩니다.
이것은 문화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심각한 소외 현상입니다. 문화예술은 인간을 위해,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과 인간 사이의 소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 인간은 더 이상 사회적 동물이 아닙니다. 문화적 동물입니다. 그런데 문화적 동물의 근간인 예술이 도리어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위기입니다.
톨스토이의 사랑 이야기로 이 책을 시작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법과 인간과의 관계, 정책과 공정과의 관계, 표현과 예술의 한계, 산업의 이면과 영화제작과정의 문제, 유통자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차례대로 펼쳐 보았습니다. 비법학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쉽게 쓰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습니다만, 다시 보아도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더욱 노력해 법적 문제들을 일반인의 시각으로 접근하고, 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 삶이 정작 법을 필요로 했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 법의 조건을 꼭 검토하는 자세를 내내 잃지 않겠습니다.
이 책과 만난 여러분에게 올림포스 12신 중 아홉 번째 신인 헤르메스와 같은 지혜의 창이 열리시길 바랍니다. 헤르메스는 ‘질서’를 의미하는 아폴론의 이복형제로 아폴론의 소를 숨겨놓고 협상해 기존 질서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신의 정령’이라는 새로운 지위를 얻어낸 신입니다. 헤르메스를 ‘도둑의 신’이라고 하는 이도 많으나 헤르메스는 자신이 가진 기지를 발휘해 새로운 길을 여는 신입니다.
지식은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재구성되기 전까지는 죽은 지식입니다. 한낱 데이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필요에 따라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활용하는 과정에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책이 나오는 데 소중한 동행인이 있었습니다. 일반인을 위한 법서를 꿈꾸시는 우리글 출판사의 김소양 사장님, 최준 주간님, 이현미 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 어머니, 정말 사랑합니다. 왜 저는 어머니 같은 어머니가 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버지, 남편과 예쁜 아들 준석이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살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생의 흔들림을 또 다른 흔들림으로 이겨내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몸을 낮추고 공부에 매진하겠다는 약속을 남기면서 앞글을 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