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라는 별에서 살아온 지 60년이 넘었다. 왜 그런지 구석기시대 인간들을 자주 생각한다. 몇만년 전 풀뿌리와 나무 열매를 따 먹고 살던 그들은 지금의 나보다 행복했을까? 그들의 배고픔과 추위, 맹수의 위협 대신에 나는 무엇을 겪고 사는 것일까. 우리 인간이 앞으로 가야 하는 먼 길을 우주 속에서 상상해본다.
십년 만에 엮는 시집 원고를 보내고 밤에 홀로 산길을 걸었다. 차가운 입김 속에 반짝이는 별들을 오랜만에 우러렀다. 칸트는 “생각하면 할수록 놀라움과 경건함을 주는 두가지가 있으니, 머리 위에서 별이 반짝이는 하늘과 나를 항상 지켜주는 마음속의 도덕률”이라고 했다. 그가 죽는 순간 남긴 말은 “좋아!(Es ist gut!)”였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말하고 싶다.
“좋아”라고.
2020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