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래전에 이 책과 비슷한 글을 써 본 적이 있습니다. 저의 고3 동생이 이상하게도 화학을 어려워해서 늘 절반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었거든요. 동생에겐 화학이 낯선 부호와 수식이 잔뜩 쓰여 있는 외계어였습니다. 그러자 부모님은 화학을 전공하던 제게 동생의 성적을 책임지라 명하셨고, 저는 밤마다 동생을 앉혀 놓고 개인 교습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동생을 가르친다는 건, 동생에게도 제게도 고역이었어요.
그래서 노트 한 권을 구입했습니다. 교과서를 펼쳐 들고 동생에게 설명해 준다는 상상을 하며 밤낮으로 노트를 채워 나갔습니다. 며칠 후 그 노트를 동생에게 슬며시 건네주었습니다. 몇 장 넘겨보던 동생의 얼굴이 환해졌고, 그해 동생은 화학에서 1점 모자라는 만점을 받고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죠.
“아, 화학은 언제 시작해도 결코 늦은 게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