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생활의 서구화와 함께 과거에는 많이 경험하지 못하였던 대장질환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장내시경검사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장내시경검사는 소장 말단부와 전 대장의 점막을 완벽하게 관찰하고 생검, 치료 수기가 가능한 유일한 시술이기도 합니다. 대장내시경 삽입법은 숙련되기가 쉽지 않고,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에 어려운 증례를 만나면 삽입이 어려워져 좌절하고 마는 경험을 대부분의 내시경 의사가 갖고 있을 것으로 압니다. 삽입 방법은 과거에 사용하던 2인법에서부터 1인법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워크숍 등을 통하여 다양한 삽입 요령들이 알려져서 회맹판이나 원위부 회장에 도달하는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검사에 임해서는 대장의 주행이나 굴곡, 수술 후 변형 등 예상하지 못한 경우에 접하게 되어 하나의 고정된 방식에 얽매여서는 융통성 있는 삽입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어떠한 상황을 만나게 되더라도 스스로 해결하고, 최종적으로 삽입에 성공하는 것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전에‘고통 없는 대장내시경 삽입법’이란 번역서를 낸 적이 있습니다. 낱낱의 상황에 대해서 곁에서 지도하듯이 꼼꼼하게 상황들을 조사하고 정리해서 개인과외와 같은 느낌을 받은 책이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에 비하면 이번에 출간되는 책은 접?방식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해부학적인 윤곽을 머리에 두고 대장내시경 스코프의 특성을 고려하라는 메시지가 많습니다. 삽입이 곤란해지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위치변환과 스코프가 체내에 삽입되어 있는 형태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입체적인 스코프의 진행 상태를 염두에 두고 공기와 중력에 관한 점을 고려하면 훨씬 수월하게 대장내시경의 삽입이 가능해진다는 뜻입니다. 필요할 때마다 내시경 사진을 제시하고 있어 이해가 쉬운 것도 장점의 하나입니다.
몇 년을 대장내시경을 해오면서도 늘 부족하고 모자란 점이 있다고 느낍니다. 완벽하게, 그리고 환자가 전혀 고통 없이 스코프가 목표한 지점에 도달하면 검사가 참 깔끔하고 아름답게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치료 수기가 복잡해지고 많아진 만큼 원만한 삽입이야말로 치료내시경 시술의 시작이 됩니다. 이 책은, 진단 목적으로 대장내시경검사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이미 숙련자가 되어 삽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자신만이 고집하는 삽입 요령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되돌아보고 싶은 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검사와 시술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늘 소화기계의 좋은 책을 출판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시는 한국의학의 최 병호사장님과 원고 정리에 밤낮 없이 수고하시는 편집실 직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머리말
언젠가 일본에서 소화관진단텍스트 식도·위·십이지장편의 제3판이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책은 우리말로 된 내시경 증례집이나 교재가 거의 없던 시절인 1983년에 제1판이 발행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내시경을 처음 시작할 때에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 되었고, 그 명성이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것도 잘 기억합니다. 제2판은 번역본이 나오지 않아 이번에 나온 3판은 우리나라에는 거의 25년 만에 다시 나오는 셈입니다. 긴 공백 동안에 내용이 어떻게 변하였을까 궁금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미 소화기내시경의 세계는 파이버스코프를 지나 디지털화된 비디오스코프의 시대에 와 있기 때문입니다. 필름 사진으로만 구성되었던 전판과는 달리 CCD 카메라가 만들어내는 고화소의 미려한 이미지를 기대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의 소화관진단텍스트 식도·위·십이지장편은 몇 가지 특징이 눈에 뜁니다. 첫째는, 지난번에 출간된 소장·대장편과 같은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만 내시경 사진 옆에 모식도를 같이 넣어 병변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고 묘출하도록 하였습니다. 계속 반복해서 보면 내시경의 ‘보는 눈’을 높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읽는 중에 저절로, 그 동안 결과지 작성시에 병소의 특징을 기록하는 데에 너무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였습니다. 둘째는, 아틀라스이면서도 자세한 내시경의 삽입수기를 설명하고 있어 초심자들이 이 한 권으로 기술과 판독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다 만족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아주 조그마한 팁도 놓치지 않고 기록해둔 저자들의 마음가짐이 돋보이며, 평소 느끼던 내시경의 궁금증이 모두 해결되는 듯한 기분입니다. 셋째는, 최근에 도입되고 있는 NBI (narrow band imaging)와 AFI (auto-fluorescence imaging)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확대내시경뿐만 아니라 endocytoscopy와 같은 첨단 내시경 장비가 속속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 시의 적절한 내용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한편, 주로 일본식의 내시경분류가 제시되어 있으며 너무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조금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형태학적인 분류나 묘사를 위해 식물이나 동물과 같은 여러 사물의 형태를 빌어 표현한 부분이 많아서 우리말로 옮기는 데에 적절한 단어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아울러, 순우리말로 된 최신 의학용어집이 나와 있습니다만 아직 익숙하지 못한 분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어 과거의 한자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였음을 양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어느새 제가 내시경을 손에 잡은 지가 20년이 지났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기본을 다시 돌아보며 정리하는 계기가 되고, 매일 내시경을 하고 계시는 여러 선생님들께는 일상 진료에 도움을 주는 벗이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변함없이 좋은 책에 대한 애정을 갖고 번역을 맡겨주신 한국의학의 최 병호 사장님과 복잡한 문서작업을 도와주신 한국의학 편집실 직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역자 서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