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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리히 쇠르만 (Erich Scheur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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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흰둥이들아, 들어봐라!>

흰둥이들아, 들어봐라!

그이는 자기 목소리로 백인들의 마력을 조심하고 거기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섬사람들에게 외쳤다. 그 목소리는 아픔으로 가득찼으며, 미움에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한 말이었다. 헤어질 때 그이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빛을 가져다준다고 믿을지 모르나, 그게 아니다. 당신들은 우리를 캄캄한 어둠 속으로 억지로 끌어넣으려 하고 있다." 세계 대전을 치르면서 우리 유럽 사람들은 사람의 본질에 대한 회의를 갖기에 이르렀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되돌아보고, 우리 문명이 정말로 우리들을 참된 이상으로 이끌고 있는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들이 받아온 교양이란 것을 잠깐 잊고, 이 남쪽 섬사람의 소박한 사고방식에 눈 높이를 맞추어보는 게 어떨까. 교육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지 않고, 느끼는 일에서나 보는 일에서나 조금도 때묻지 않은 사람이 지닌 눈 높이에. 그이는 우리가 죽은 우상을 섬기는 데에 정신이 팔려 참된 신을 내팽개치고 말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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