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이 결정되자 먼저 초기에 만들어진 한국영화가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인터넷 검색결과 하이텔(paran) 영화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한국영화는 1923년 서선(西鮮)키네마의 ‘국경(國境)’을 필두로 2002년 말까지 6,402편이었다.(《과학동아》, 2003년, 4월호, p.123) 이 6,402편에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제작된 360여 편을 더해서 약 6,800편중 ‘1001편’을 골라야 한다는 답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 방대한 물량을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고심 끝에 우선 해마다 국내에서 열리는 영화제 수상작을 위주로 목록을 짜나갔다. 즉 문교부 선정 ‘우수영화’, 영진공의 ‘좋은 영화’, 대종상·청룡상·백상예술대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등 상이 제정된 연도에 따라 수상작들을 모으고 각종 해외영화제 수상작과 영화사전에 나와 있는 감독과 배우의 데뷔작, 대표작을 골랐다. 또 『어떤 영화를 옹호할 것인가』(강한섭), 『한국 영화작가 연구』(김수남), 『한국영화사』(정종화), 『한국영화 100년』(호현찬), 『우리 영화 100년』(김종원·정중헌) 등 평론가들의 저서에서 비중 있게 거론된 작품들과 영화진흥공사가 펴낸 『한국영화 70년 대표작 200선』, 한국영상자료원 선정 ‘한국영화 100선’, 연도별 흥행순위, 역대 흥행순위 안에 든 작품들을 망라했다.
어떻게 쓸 것인가. 1950년대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는 일간지 영화담당 기자들이 새 영화 소개와 리뷰를 써왔고 기자출신인 나로서도 당연히 영화리뷰에 관심이 갔다. 그러나 본격적인 비평서는 평론가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주로 신문기사를 근거로 나의 안목과 지식의 범위 안에서 영화를 소개하는 수준으로 평이하게 글의 균형을 잡아갔다. 즉 이는 영화에 대한 개인 의견이나 주장을 개진하거나 영화계 당면과제와 발전방향을 제시한 글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일반관객의 입장에서 기존의 글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식으로 이를 소화했다는 편이 옳다. 따라서 각 저서에서 비슷하게 표현된 평이나 글은 굳이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인의 취향에 치우칠 수 있는 우려를 배제하기 위해 영화에 관심이 있는 문화예술인 100인을 선정,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영화’, ‘일반적으로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 영화’를 취재했다. 예를 들어 흘러간 영화를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미리 작성해둔 영화 리스트를 동봉해서 우송한 후 여기에 체크해서 다시 보내주면 영화선정에 동의하는 방식으로 과정을 거쳤다.
100인 추천인은 필자의 직업상 ‘문학의 집 서울’(이사장 김후란), 토지문화관(이사장 김영주), 영등위에서 함께 영화를 심의한 심의위원, 문화예술인 친목모임인 허행초(회장 김수용)와 평균회(회장 임영웅), 이화모임, 서울신문 논설위원 모임인 초월회 멤버 중 30, 40년 이상 영화를 관람한 층으로 이를 구성했다. 영화의 경우엔 영화평론가와 대학교수, 단체장들은 우선적으로 참여시키되 영화제작에 직접 관계가 있는 제작자, 감독, 배우, 시나리오 작가, 스태프진(기술진)은 제외했다. 그러니까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한국영화 1001’은 문화예술계의 원로들이 추천한 영화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기에 수록된 영화는 1919년 ‘의리적 구토’에서 2006년 말까지(87년간) 제작된 영화에 한한다. 단 이를 집필하는 동안 2007년, 제60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수상한 이창동의 ‘밀양(密陽)’, 미국시장에 진출한 ‘디워(D-War)’, 국내외적으로 각종 상을 수상한 나홍균의 감독데뷔작인 ‘추격자’를 추가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