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신분’의 본질이 ‘차별’임을 생각할 때 불안정한 고용 상태인 시간제 노동자의 대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세탁기가 빨래를 해주고 전기밥솥이 밥을 해주니까 살기 편해지고 시간이 남아 여성이 노동시장으로 나온다고? 흠, 과연 그럴까? 저자는 이것이 ‘남자는 잔업, 여자는 시간제’라는 고용의 신분화를 정당화시키려는 통념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이 소설의 원래 제목은 ‘105도’입니다.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말이지만 본문에서 이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105도는 신과 리리가 만들려는 의자의 이상적인 등받이 각도입니다. 이는 단지 의자 등받이의 이상적인 각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105도는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상징하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타인에게 의존하지도 않고, 독불장군처럼 독단적인 태도를 취하지도 않는 각도 말이지요. 이 각도의 중요성을 깨달으면서 신은 “누군가와 수고와 즐거움을 함께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스스로 변했다고 느낍니다. 이것이 성장이고 성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