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Animal Farm)은 제2차세계대전 후에 발표된 가장 저명한 풍자소설이니 전인류가 미국과 소련의 두 개의 세계로 양분되어 이데올로기의 싸움이 한창인 때에, 전제주의보다는 역시 민주주의가 일층 진보된 방식이요, 또 전제주의의 독재가 얼마나 많은 모순과 당착을 드러내고 있는가의 사실을 우리는 다시 한 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을 줄 안다. 나치스의 독일과 파시슴의 이탈리아와 군국주의 일본은 이미 패망하였지만 지구상에는 아직도 전제주의적 독재가 존재하고 있지는 않을지?
‘동물농장’은 동물의 세계를 빌려서 독재의 모순과 피지배자의 비애를 여실하게 갈파하였으니 전제주의에 대한 어떠한 비난 공격보다도 이 1편이야말로 가장 뼈 아픈 교훈이 될 것이다.
존스 씨의 농장 동물들은 성공리에 혁명을 일으키어 농장을 자기네의 소유로 한다. 그네들의 희망과 계획, 그리고 성취하는 업적들이 이 동물농장이란 작품의 골자가 되는 것이다. 혁명 당초에는 목적 달성에 도취한 나머지,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라는 위대한 계명을 표방하나 불행하게도 지도권이 다른 동물들보다 지적(智的)으로 우수한 ‘돼지’들에게로 자동적으로 옮겨가 버리고 만다. 그리하여 일껏 성취된 혁명도 점차 부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혁명 당초의 원칙이 뒤집혀질 때마다 그럴듯한 변명이 임기응변적으로 자꾸 나오는 것이다.
원작자 오웰 씨는 이 농장에 등장하는 동물 하나하나에 대하여 깊은 동정을 가지고 그들의 생태를 묘사함에 비범한 수완을 보이었다. 이 작품을 읽을 때 무엇보다도 독자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눈물짓게 하는 것은 스노우볼과 나폴레옹의 패권 다툼보다도 뼈 아프게 일하는 복서나 또 그리 찬양할 만한 동물은 못 되나 저자가 일단의 묘필(妙筆)로써 그려 낸 댕기를 좋아하는 암말 몰리의 풍모일 것이다.
이 저자는 명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A Wonderland)에 비견(比肩)할 만한 것으로 그의 기상천외(奇想天外)의 탁월한 상상력에는 오직 감탄을 불금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특징인 신랄한 풍자와 유머는 직접 우리의 심금을 울려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길이길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또 이 이야기에는 저자가 일부러 어떠한 모럴을 지적하여 첨가시키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우리들이 다 잘 알고 있는 세계 정세의 어느 부분에 부합되는 점이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독자에게 특이한 흥미를 주는 점은 이성(理性)과 정서를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경지로 독자를 뛰어들게 하는 것이니 처음부터 끝까지 이 소설을 다 읽고 난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판정과 결론을 스스로 얻고야 말 것이다.
‘동물농장’은 자칫하면 허울좋은 공식주의(公式主義)로 떨어지기 쉬운 현대 인류에 대한 일대 경종이니 진정한 민주주의의 자주독립국가를 수립하여야 할 우리 청년이 이 소책자를 읽음으로써 적어도 어느 것이 참된 민주주의이며 또 어느 것이 민족 결합의 가장 공평한 생활방식이냐? 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반성하게 된다면 역자는 물론, 원작자도 만족할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