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책에서 여성들이 임신의 유지가 아닌 중지를 선택했다는 이유로 위험에 내몰리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투쟁했던 많은 여성들과 단체의 이름을 만난다.
설령 구속이 되고, 직업을 잃게 되더라도 이들은 당장 도움이 필요한 여성들의 곁에 서는 길을 선택했고, 법의문제를 알리기 위해 스스로 법이 금지하는 일을 했음을 선언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 책은 그 선택이 모여 끝내 법을 바꾸고 현실을 바꿔왔음을 보여준다.
2021년 1월 1일부터 한국은 임신중지에 대한 법적 처벌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임을 이야기하며 임신중지는 단순히 개인적인 선택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 선택의 배경에 있는 불평등과 억압에 대한 국가의 책임 문제임을 이야기해온 운동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프랑스에서 합법화 이후에도 계속해서 많은 노력과 투쟁이 이어져오고 있듯이, 마침내 비범죄화가 이루어진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변화의 과제가 남아 있다. 프랑스와 한국,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선택’을 옹호하고 ‘선택’ 너머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