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에 운 좋게 접속은 했지만 그것은 글로 쓰기에는 너무 광활하고 심오한 고원으로 느껴졌다. 우주 자연과 깊이 연동되어 있는 세계에다 어려운 의학 용어들도 막아 세웠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던 차에 문득 스토리가 떠올랐다. 처음 접속의 인연이 되어 주었던 임상 스토리들. 세미나에서 읽을 때 쉽게 눈에 뜨이지 않았던 것은 방대한 분량 속에 아주 드문드문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한 번 찾아보았더니 놀랍게도 『동의보감』 끝까지 스토리가 있었고, 이 스토리 덕분에 방대한 분량의 『동의보감』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병이 난 이유와 치유의 방법 등이 구체적인 삶의 모습으로 드러나 있는 스토리를 통해 의학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었으며 동시에 삶과 연결해 몸을 탐구해 볼 수도 있었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의 힘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