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세상으로 가 볼까요?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에요. 어느 날 선생님이 수업을 대신해 동화책을 읽어 주셨어요.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죠. 전 그게 얼마나 유명한 책인지도 모른 채 선생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여 듣고 있었어요. 듣다 보니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앨리스가 토끼를 쫓아가다가 이상한 세계로 빠지는 장면에선 저도 함께 그곳으로 뚝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멀어서 못 가거나 돈이 없어서 못 가는 게 아니고 어딘가 꼭 있을 것만 같지만 갈 방법이 없어서 못 가는 곳 말이에요.
책 속 세상도 바로 그런 곳이에요. 책을 읽다 보면 문득문득 현실이 아닌 다른 곳에 와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또는 주인공이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어쩌면 책 안에 정말 다른 세상이 들어 있는지도 몰라요. 우리는 글자를 통해서만 그곳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거고요.
만약에 책 속을 맘대로 들락날락할 수 있다면 얼마나 신날까요?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아예 그 안으로 들어가 노는 거예요. 그러다 싫증이 나면 다시 다른 책으로 들어가도 되고요.
제가 쓴 이 책에 비슷한 내용이 나와요. 주인공 용이는 뜻밖의 사고를 겪으며 아주 이상한 곳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아요. 수많은 책들의 주인공이 갇혀 있는 곳이죠. 그곳에서 톰 소여도 만나고 홍길동도 만나지만 용이는 한가롭게 놀 정신이 없어요. 왜냐하면 한바탕 우주 전쟁을 치러야 하는 순간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거든요.
저의 어린 시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 책도 여러분 모두에게 재미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책 속에 풍덩 빠지고 싶을 만큼요. 아, 혹시 모르니까 부탁 하나만 할게요. 만약 기적이 일어나 책 속에 빠지게 된다면 용이를 꼭 좀 도와주세요. 혼자 우주 괴물과 맞서는 모습이 너무 딱해 보이니까요.
2024 봄, 조호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