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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강민영

출생:1985년, 대한민국 서울

최근작
2024년 6월 <식물, 상점>

부디, 얼지 않게끔

소설이 쓰인 2019년의 겨울은 이상고온현상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그 어떤 때보다 춥고 매서웠다. 겨울을 앞두고 그해의 10월과 11월에 연달아 세상을 떠나야 했던 두 여성에 관한 소식 때문이었다. 수도 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기사들의 틈새에서 우울과 슬픔을 겪었다. 이따금씩 글을 쓰다가 말갛게 웃고 있던 그녀들의 미소가 생각나 한참을 멍하니 정지해 있곤 했는데, 그 시간들의 일부분이 소설에 엮이게 되었다. 불특정 다수의 위해가 닿지 않는 곳에 그녀들이 온전히 당도했기를 바랐고, 희진과 인경도 종국에는 겨울을 지나 ‘안전한’ 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지구가 한 번 공전하고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에도 무사히 살아남아 아무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은 채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두 여성의 이야기, 그 과정을 전하고 싶었다.

식물, 상점

“남성이 너무 이유 없이 죽는 거 아닌가요?” 그 질문을 던진 사람은 남성이었고,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절대다수는 여성이었다. 그가 던진 말 한마디로 촉발된 많은 담론이 소설과 상관없이 오갔다. 얼마간 설전이 이어졌지만 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그 질문을 받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읽었던 모든 주류의 이야기 속에서 영문도 모른 채 무수히 죽고 사라져간 여성들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하지만 실패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겐 이름이 없었으니까. 그냥 그들이 ‘죽는다’라는 행위 자체만이 강조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판을 조금 바꿔보고 싶었다. 여자들의 이름이 기억되고 여자들이 다치거나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모든 여자가 자신의 고유한 이름을 가지고, 그 이름의 뜻을 곱씹으며 종국에는 완전히 행복하지 않더라도 이전보다 나은 삶을 얻기를 말이다. 왜냐하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소설 밖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좌절과 절망을 넘어 조금은 나아진 세상과 사회가 왔다면 아마 《식물, 상점》은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는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이 소설은 그런 방식으로 쓰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건 그리 많지 않다는 말이다. 소설을 작업하는 동안 또다시 믿을 수 없는 여러 사건을 접하고, 그 틈새에서 사라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보며 매 순간 좌절했고 공포를 느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모든 사건의 해결점을 쥐고 있는 ‘유희’가 그것을 제거해주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유희와 같은 존재가 필요했던 순간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유희처럼 혼자 모든 걸 감당하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양가감정이 들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견뎌야만 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반드시 당신을 그리고 우리를 도와줄 테고, 그런 사람들에게 기대어 살아갈 수 있다면, 단 한 명의 손이라도 아주 굳건하게 잡을 수만 있다면, 앞으로 감내해야 할 세상은 조금은 덜 아프고 덜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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