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저는 일본 동북대학대학원에 적을 두었습니다. 교육과정과 교과서까지 유사한 그들의 과학교육의 실상을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현지에서 과학교육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조금씩 알아 가면서 「우리가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있었구나!」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습니다. 1960년대 이후 「교육방법의 현대화」 노력이 곳곳에서 이루어지면서 동북지방을 중심으로 시작하여 전국적인 조직으로 발전해간 「극지방식연구회(이하, 극지연)」에서는 「모든 아이에게 높은 수준의 과학을 쉽게 가르치는 과학교육」을 목표로 새로운 교수학 창출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극지연의 「연말 전국연구집회」(2박3일)에 참석하여, 시종일관 진지하게 토론하고 학습하는 교사들의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인 이타쿠라(板倉聖宣)는 1961년, 미국에서 시작된 「PSSC 물리」 등에 자극을 받아 과학교육 연구를 시작하여 1963년에 그의 「과학사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가설실험수업」을 제창했으니, 올해로 60년째, 그 활동은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는 가설실험수업의 목표를 「주체적 인간, 즉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인간」의 육성이라고 선언했습니다. 현대의 「과학교육」 연구는 대개 「아는 수업, 이해하는 수업」을 목표로 했지만, 가설실험수업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것을 그는 「패러다임의 차이」라고 합니다. 그는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즐거운 수업」을 도입하고, 학습자의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북돋우고 사고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매력적인 「수업서」를 개발합니다.
이타쿠라는 이런 과정을 이 책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1983년에 『즐거운 수업』이라는 잡지를 창간하고, 이제 「선진국을 따라가는 모방교육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일본이 세계를 리드할 새로운 꿈을 만들어 낼 차례다」라고 역설하고 있습니다. 저는 교사시절부터 「도쿄물리서클」에서 편찬한 책을 수업에 활용했었는데, 최근에 『락희(樂憘) 물리 100시간』이라는 이름으로 그 한국어판을 출판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이타쿠라 선생의 「가설실험수업」과 「즐거운 수업 사상」을 근거로 작성한 「고교 물리 수업서」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락희(樂憘) 물리 100시간』의 출판과 함께 이번에 「가설실험수업」과 「즐거운 수업」을 소개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타쿠라는 이 책에서 누구도 걷지 않은 새로운 길을 스스로 열어 가는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즐거운 수업> 이외에는 없다」라고 강조합니다. 이타쿠라의 「가설실험수업」과 「즐거운 수업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즐거운 수업과 그 사상』의 한국어판에 귀중한 자료와 사진 등을
제공ㆍ허락해 주신 「가설사(Kasetu-sha)」, 「Meinan 제작소」, 「Marli's Mudskipper Land」와 「신원에이전시」에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번역판 원고를 검토해 주신 「조구호 박사님」, 「이희수 박사님」과 「최병원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표지 디자인과 편집과정에 큰 힘이 되어 준 ㈜우리얼이노베이션의 배철현 대표님과 직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2022. 11. 2.
역자 오세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