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이십 년이 넘었다. 일 년에 단편소설 한 편 쓸 때도 있고 두 편 쓸 때도 있고 이삼 년에 한 편 쓸 때도 있었다.
그러니까 소설가일 때도 있었고 아닐 때는 더 많았다.
이렇게 부족한 이야기를 묶어 세상에 내놓아도 될까, 나한테만 의미 있는 이런 이야기를 누가 읽어주기라도 할까 걱정이 앞선다. 바라 마지않는 멋진 이야기가 짠, 하고 찾아오면, 그 잘난 이야기 앞세워 따라가고 싶었는데, 그럴 일 없을 것 같으니(그럴 일이 왜 없어, 아닌 척 뒤로 숨지 말고, 왜 말을 못해, 될 때까지 한다, 쌔빠지게 해볼 거라고!), 비굴하게 발뺌하려다 제대로 들켜버렸다. 어쨌거나 그럴 일 없다기보다 그럴 일 만들고 싶은, 그 싶어지는 마음만이 진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