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모 글로벌 은행의 ‘글로벌 러닝 위크’ 행사에 강연자로 초청받은 적이 있다. 이 강연에서 ‘워러밸(work-learning balance)’이라는 화두를 제시한 적이 있다.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워라밸(work-life balance)에 대해서는 모두가 익숙할 것이다. 이 개념과 유사하게 일과 학습이 균형을 이루는 워러밸이 미래를 준비하는 직원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워러밸, 즉 일과 학습의 균형이 의미하는 바는 첫째, 일과 학습이 통합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서, 일을 하면서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고, 학습은 직원들이 자신의 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의미는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역량을 개발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워러밸의 관점에서 나는 ROI 기초 번역서를 출간하기로 마음 먹었다. 직원들에게 워러밸이 중요한 것처럼 지금의 HRD 담당자에게도 워러밸은 더없이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들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테크놀로지 역시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시점에서 HRD 담당자가 뒤처진다면 그 조직의 인재개발 기능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HRD 담당자들은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고, 이 과정이 자신의 업무와 괴리가 있어서도 안 된다.
먼저, 이 책에 소개된 ROI 방법론을 실제 업무에서 적용해 본다면 그 자체로서 HRD 담당자에게는 많은 학습이 이루어질 것이다. ROI 방법론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비즈니스 정렬 모형에 따라 HRD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분석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들이 하는 일의 의미와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고 이 과정이 일과 학습의 통합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HRD 담당자들은 ROI 방법론을 평가 도구라기보다는 학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ROI 방법론의 목적은 평가 데이터를 활용해서 성과를 개선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를 수정하고 실패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서 조치하는 것이다. ROI 방법론에 따라 평가하고 평가 결과에 근거해서 개선해야 할 점을 찾고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이 바로 HRD 담당자들에게는 학습이다. 이 과정을 통해 HRD 담당자들은 꾸준한 자기개발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경험했다.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HRD 프로그램도 기존의 전통적 방식의 대면 교육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를 경험했다. 이 팬데믹 상황은 마치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의 데자뷔 같았다. 당시 많은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고, 그 첫 번째 대상은 HRD(당시에는 교육부서) 분야였다. 하지만 그때도 HRD를 담당했던 우리의 선배들은 HRD 컨설팅 분야를 개척하면서 오히려 이 분야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팬데믹 상황에서도 많은 HRD 구성원들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는 또 한 번 혁신적인 방법으로 이를 극복해내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여기서 HRD 분야가 조직이 어려울 때마다 첫 희생양이 되는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조직의 관점에서 볼 때 HRD가 조직의 성과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ROI 방법론은 단순히 HRD의 성과를 금전적 가치로 전환하는 방법이 아니라 어떻게 HRD를 조직의 성과와 직접 연관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HRD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담당자뿐만 아니라 앞으로 HRD 분야에서 꿈을 펼치고자 하는 예비 HRD 담당자들에게도 HRD의 의미와 역할을 생각하고, 그 역할을 다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학습할 수 있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렇게 훌륭한 서적을 번역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Patricia Phillips와 Jack Phillips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본서가 출간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박영스토리의 안상준 대표님과 특히, 편집과 출판에 정성을 다해주신 이선경 차장님과 배근하 과장님께 감사드린다.
끝으로 학문적 동반자로 항상 함께해주는 임규연 교수님과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사랑스러운 우리 딸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2년 7월
이 현 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