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60여 권의 저작 활동을 해온 작가답지 않게 많은 애로사항을 겪으며 5개월이라는 시간을 공을 들였다. 그 이유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 중 몇몇 사람이 실재 존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는 여러 에피소드가 필요한데 잘못하면 그 꾸며낸 에피소드들이 실재 인물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그것이 상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 한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아 도중에 소설 한 권의 반 분량을 버리면서 소설을 중단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용기를 내었다. 소설은 소설일 뿐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염려하면서 소설을 쓸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소설은 단지 소설일 뿐……
‘제주도 4ㆍ3 사건’은 이미 70년 전에 벌어진 일이고 그 당시로 끝난 고통이라면 우리는 굳이 기억하고 작품화하면서 아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직 그날의 그 고통으로 가슴을 쥐어뜯으며 사는 장본인들과 그들의 가족과 자손들이 있는 한 평온하게 그 흔적들을 전설처럼 구경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에서 오로지 남은 분단국가라는 이 대한민국의 현실을 거국적인 면에서 가슴 아파하지 않는다 해도 당장 생사를 모르는 내 형제, 내 자손을 그리워하고 가슴 아파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무성한 이 사건으로 일생을 고통스럽게 살다간 사람들이 점점 세상으로부터 잊혀져가는 것이 두렵다고 그곳 사람들은 말한다. 그저 축복받은 땅, 천혜의 관광명소로만 알고 찾아오는 외지인들이 부럽지만 한편으로는 야속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