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만난 건 번역작가로서가 아니라, 한 아이의 엄마로서 참 행운이었다.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늘 고민하고, 자책하며 지내던 내가 이 책을 처음 만났던 순간은 잊을 수가 없었다. 거친 사막 위에서 만난 오아시스처럼 달고, 시원한 맛, 바로 그것이었다. 아이를 이해한다는 게 뭔지를 비로소 깨닫게 해주었다.
아이에게 자유를 주라. 그 자유가 아이의 자발성을 자극하고, 아이에게 내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키워준다. 자녀 키우기란 부모가 아이에게 뭔가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가 자유를 체험하고, 그 자유 속에서 자신을 키워가는 것을 무던히 지켜보는 것이다. 아이의 놀이도, 까부는 모습도, 익살도, 위험도 모두 아이의 성장을 위한 소중한 양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를 이해하게 되면 아이에게 소리지를 일이 없어진다.
참 쉬운 것 같으면서도 너무 어려운 말이었다. 깨달음을 얻고 한달도 안되어서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다시 어려워진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 아니 인간의 성장이 무엇인지를 이해했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점차 줄어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스스로를 자책하기 보다는, 아이와 함께 내 스스로 성장하고자 하는 자발적 의욕이 많이 생겼다.
행복한 번역 작업이었다.
(2003년 3월 13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