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봄 나는 30여 년 정들었던 대학 교정을 떠났다. 나이가 되어 은퇴를 하게 된 것이다. 그때 나이가 60대 중반이었으니 요즈음으로 치면 그렇게 연로하지는 않았고 농사일도 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귀농·귀촌을 결심하게 되었다. 사실 그 나이에 농사를 짓는다고 하여도 농부 코스프레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진짜 농부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한 10년 정도만 농촌지역에 살면서 농사를 직접 지어 보기로 작심했다. 그것은 좀 더 농민·농업·농촌을 체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그때는 10년 정도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하면 나의 평생의 연구과제였던 농민·농업·농촌 문제 해결 방안이 어느 정도는 정리되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론과 현장 체험을 잘 살리면 뭔가 더 숙성된 문제 해결방안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