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서울에서 출생한 홍상수 감독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재학 중 대학을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983년 부터 1989년까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시카고 예술연구소에서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유학 시절 고전 영화와 유럽 영화를 보며 많은 영감을 얻은 그는 <개미보는 여인>을 비롯한 몇 편의 단편 영화를 연출했다.
1991년에 귀국한 그는 TV 프로덕션 시네텔의 PD 생활을 거쳐 1994년 동아수출공사에 입사하여 감독 데뷔를 준비한다. 그의 감독 데뷔작은 구효서의 원작 소설 '낯선 여름'을 각색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다. 원작과는 판이하게 다른 이 작품은 홍상수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영화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인물들의 소소한 움직임과 맥락을 알아차리기 힘든 대화에 집중하면서도 일상의 이면에 존재하는 잔혹함(살인)을 함께 보여주려 하였다. 이 한편의 데뷔작으로 홍상수는 흥행과는 상관없이 비평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16회 영평상과 17회 청룡영화제, 42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였고, 15회 뱅쿠버 영화제에서는 용호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홍상수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두 남녀의 흔적을 찾아가는 <강원도의 힘> 이다. 그는 <강원도의 힘>에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살인 장면에서 볼 수 있었던 드라마적 요소를 이면에 감춘 채 더욱 평면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세밀한 묘사에 치중한다. 또한 그는 무명의 신인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기성 배우가 줄 수 없는 신선함을 살렸고, 형식적 측면에서도 영화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금붕어'나 '살인사건' 같은 기제를 사용하여 새로움을 시도했다. <강원도의 힘>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적당히 순수하고 적당히 비겁한' 인물을 중심으로 대사와 제스처가 한층 강조된 작품 성향을 보여주었다. 51회 깐느 영화제 공식 부문에서 특별언급상을 타기도 한 이 영화를 통해 홍상수 감독은 19회 청룡영화제 감독상, 각본상과 38회 대종상 신인 기술상을 수상하였고, 14회 산타바바라 영화제에서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단 두 편의 영화로 작가주의적 감독으로 인정을 받은 홍상수는 1997년부터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영상원 영화과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리고 2000년 홍상수가 선택한 세 번째 영화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두 남녀의 서로 엇갈린 기억을 다룬 <오! 수정> 이었다. 한국영화로서는 드물게 흑백으로 촬영된 <오! 수정>에서도 전작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평단에게서는 호평을 받았지만 관객에게서는 외면을 받았던 앞의 두 영화와는 달리 <오! 수정>은 관객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53회 깐느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공식 초청되었고,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였다.
이러한 관객의 호응은 네번째 영화인 <생활의 발견>으로까지 이어진다. <생활의 발견>은 주인공이 이른바 춘천 여자와 경주 여자를 거치는 과정을 그린, 시나리오 없이 간단한 줄거리와 연출의 변을 적은 30여 쪽의 트리트먼트만을 가지고 만든 영화였다.
그리고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홍상수 감독은 스쳐가는 한 명의 여자에게서도 다양한 상상을 하는 남자들의 본성과, 그들이 상상하고 추구하는 여자를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는 이 작품에서 과거 작가주의적 감독이라 불리었던, 다소 무거운 연출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가벼우면서도 진솔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였다. 2005년에는 <극장전>을 통해 2년 연속 칸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특정 계절과 일상적인 경험에 착안하여 새로운 작품을 시작한다는 홍상수 감독은 <해변의 여인>에서는 최초로 봄을 배경으로 낯선 사람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성의 변화를 물씬 느끼고 있다는 홍상수 감독. 이번에는 신비로운 해변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배우들과의 만남을 통해 보다 많은 영화 관객과 조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