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엮은이의 말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마을회관마다 찾아다니고 어르신들 계모임 날짜와 장소를 알아내어 모임마다 찾아가 향교에서 글공부를 한다고 홍보하러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한글 공부를 한다니까 까막눈인 것이 알려질까 슬며시 뒤로 빠지시는 분들이 이제는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찾아주십니다.
평생을 농사일에 허리가 굽으시고 맨손으로 밭일을 하도 하여 손톱 깎을 새 없이 닳아졌다는 말씀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한글 공부만 하기엔 지루해 하실까 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극장이 없는 전의 전동 소정면, 어르신들께 칠판에 하얀 광목을 붙여놓고 추억의 옛 영화를 보여드렸습니다. 60년 만에 혹은 50년 만에 영화를 처음 보셨다며 우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도시와 농촌의 심각한 문화 격차에 때론 화도 났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치르면서 개인의 삶도 어려웠고 나라도 어려웠던 시절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에 다니지 못한 할머니들을 위해 7년이란 시간 동안 전의향교에서 한글 교실을 시작으로 문화 교실을 운영해 왔습니다.
비록 글자는 틀렸지만 뜻은 온전히 전해집니다.
그분들의 남은 삶에 작은 의미를 남겨드리고 싶어 이번에 시화집을 준비하였습니다.
2022년 4월
윤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