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서 배워 온 역사의 주인공은 국가입니다. 하지만 옛사람들은 지역인으로서의 의식이 강했습니다. 생활의 기반이 지역에 있었고, 지역을 벗어나는 일도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역사에 대한 이해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가지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저는 고양시에서 20여 년간 역사를 가르치면서 교실 밖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답사도 많이 다녔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은 역사 교과서 밖의 경험이 너무 빈약했고, 저는 흥미를 유발할 만한 능력과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고양시의 문화유산을 다룬 책들은 관공서를 중심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러한 책들은 지정 문화재를 중심으로 체계에 맞춰 다루었기 때문에 문화유산의 여러 특징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최근으로 올수록 내용이 풍부하고 서술도 친절해졌습니다. 하지만 학생이나 시민이 흥미를 가지고 접근하기에는 일정한 틀에 맞춰 정리한 느낌이 있습니다. 개인이 펴낸 책들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문화재와 역사적 맥락 사이에 균형이 맞지 않거나 오류를 범한 사례도 발견됩니다.
필자도 지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면서 기존의 자료에 신세를 크게 진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학생과 시민이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한 방식을 많이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에 중고등학교 이상의 역사적 상식이 있다면 지역의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해 공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저는 우선 문화유산과 관련된 용어를 최대한 풀어 썼습니다. 어려운 용어가 관심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문화유산의 역사적 배경과 맥락은 역사적 상식으로부터 끌어와 설명했습니다. 문화유산의 동선별로 답사 과정에서 궁금한 점들을 친절하게 설명하려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답사가 현대 시민의 관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보탰습니다.
고양시의 문화유산은 책 한 권으로 담기에는 너무 방대합니다. 이 중에서 필자는 역사적 가치와 탐방객의 접근성을 고려하여 시대별로 대표적인 것들을 선별했습니다. 각 장(章)에는 을 두었습니다. 문화유산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고양시의 역사적 상황을 개략적으로나마 이해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