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향기가 세상에 가득할 때 시 구절을 읽으며 낭만에 빠져 보기도 하고 미래의 세상을 아름답게 그려 가던 꿈 많던 여고 2학년! 57년 전 흰 칼라의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재잘대며 종로 거리를 거닐었던 여학생. 이승만 정권의 부정부패와 부정선거가 민주화로 가는 길의 발목을 잡고 있던 당시 민주화의 물결 속에 소녀도 동참한다.
57년이 지난 지금 어느덧 소녀 할머니로 바뀌었지만, 소녀 할머니는 이제 또 다른 제2의 소녀들과 소년들에게 자신이 경험한 4·19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맨주먹으로 항거하다 피 흘리고 목숨을 바쳐 이루어 낸 민주혁명인 4·19혁명은 민주주의의 초석을 다졌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학생들이 중심으로 이루어 냈던 ‘시민혁명’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목숨 걸고 지켰던 소중한 민주주의 정신을 오늘날 손자, 손녀들이 마음속 깊이 기억하고 배우고 실천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를 썼다.
소녀는 명성여고 2학년 18세 때 4·19를 만났습니다. 그동안 소녀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50년 만에 그 깊고 깊은 잠에서 깨어난 소녀는 얼굴과 손에 주름이 생겼고,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습니다. 소녀의 아들은 모두 40살이 넘었고 손자는 고등학생이 되었으니 소녀는 감회가 새롭습니다. 소녀의 손자들도 4·19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간 역사의 한 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듭니다. 소녀가 이제 잠에서 깨었으니 그 당시의 사연들을 세상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중략)... 오늘날 이 나라의 꿈인 청소년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소녀 할머니는 서툰 솜씨로나마 그때의 순간들을 일기로 써 놓았던 것을 다시 한 번 기억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