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내에게 시(詩)로 집 한 채 지어 주려고 했다. 그 작지만 절실한 꿈의 파문은 차츰 은혜의 숲인 이웃으로, 조국으로, 우주로 번져 갔다.
그리고 아버지와 누나에 이어 할 이야기가 많은 형마저 졸지에 떠나자 당연한 듯 저승으로까지 돌진해 갔다. 이제 내 시는 무한 시공(無限 時空)의 통로인 셈이다. 그러나 그 겁 없는 확대는 치열한 내밀(內密)을 통해서만 허락될 것이다.
엉성한 대로 움막을 짓는다. 할 수만 있다면 말수를 더욱 갈고 닦아 나만의 양식과 솜씨로 우주의 영구주택을 지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