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책벌레가 발견된 당시 사람들은 이 벌레를 무서워했고 그 존재에 당황했으며 벌레가 일으키는 증후군을 치유하려고 하거나 병세를 완화시키려고 했다. 극히 일부에서는 책벌레를 멸종시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문자’라는 정보전달과 기록을 위한 기호가 이 세상에 만들어진 후로 책벌레는 책이나 활자 안에 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벌레를 퇴치하는 것은 책 그 자체를 불태우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위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요즘 책벌레의 개체 수가 눈에 띄게 줄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발견 후에 사람들이 무서워해온 벌레가 사실은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중요한 벌레들이 지금 멸종의 위기에 있는 것이다.
나는 이 벌레가 가진 의미를 많은 사람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사항도 숨기지 않고 세부적으로 이 책에 기록했다. 루마니아에 가서 발견자인 마리우스 슈나이더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말이 없고 우직하며 순수해 보이는 그는 인터뷰를 끝내며 말했다.
“그 벌레는 살아있어요.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그의 말은 지금까지도 내 귀에 남아있다. 그의 말을 전 세계에 있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바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