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만날 때마다 비가 오네.”
당신의 말이 도시 틈새로 스며들어 구름의 일가(一家)를 이루었다.
우기도 아닌데 비는 종일 내렸다. 저녁에도 새벽에도 수챗구멍의 하루살이들이, 쌀통의 벌레들이 스멀스멀 기어나와 나는 간지러웠다.
“온몸이 물로 꽉 찬 다육식물처럼 시치미 뚝 떼고 살아가는 게 생(生)이란다.”
누군가 등 뒤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물고기의 살만 온전히 취할 수 없는 것처럼, 기어이 버릴 수 없는 가시가 있어 시를 쓴다. 여기 얹힌 것들이 궁기만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2013년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