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를 아주 좋아해서 마법소녀만 있으면 밥 세 그릇은 여유로 해치우는 엔도 아사리(遠藤??)라고 합니다.
이건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제 친구 I군은 ‘촉수(에 여러 가지로 희롱당하는 여자아이) 마니아’라는 취향이 있음을 하필이면 저에게 가르쳐주는 바람에 다음 날부터 모두에게 촉수라고 놀림 받게 되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후기 첫머리부터 마법소녀를 좋아한다는 말을 써둔 저도 마법소녀로 놀림 받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각설하고.
이번에 후기를 쓰면서 조금이라도 참고가 될까 해서 전작을 꺼내 후기를 읽어봤더니, “가능하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나뵙겠습니다.”라는 말이 있더군요. ‘가능하다면’ 같은 단서를 붙여서 가까운 시일 내에 만나뵙지 못했을 때의 보험을 마련해둔 점이 참으로 비열합니다. 그런 일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이 후기를 읽는 청소년 여러분은 절대 이런 어른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전작의 후기에는 담당편집자 S무라 씨가 ‘반사회적인 내용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라고 못을 박아두었다는 사실도 있는데요, 이번에는 그런 일도 없었습니다. 작품 자체에서 이미 반사회적인 냄새가 나고 있으니, 후기로 커버해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련한 소녀들을 어떻게 잘 죽일까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상담하고, 전화로 토론하고, 이것도 아니다, 저것도 아니다, 이건 재미있겠다, 그걸로 가자 논의하는 제작과정이 이미 반사회적이었다고 말하지 못할 것도 없을 것 같고요.
그런고로 사회성을 중시한 후기입니다. 죄송합니다. 거짓말이에요. 사회성은 별로 없습니다.
칠전팔기라는 말을 실천하듯 시안을 갈아엎어 댔습니다. 우선 플롯 단계에서 느닷없이 좌절했고, 한번 완성한 다음에, 엔딩에서, 중반에서, 어느 한 단계도 한 번에 쓴 적이 없었습니다. 여길 바꿔야지 잘라야지 더해야지,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조금이라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나왔다가는 사라졌습니다. 언어의 응수, 주먹다짐, 저녁놀 피어나는 강가에서 큰대자로 뻗었다가 일어나면서 “너 제법이던데.” “후후, 너야말로.” 그리고 웃음. 작가와 편집자란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건가 싶어 놀랐습니다. 이처럼 몇 번씩 변경해가며 지금의 형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끝냈지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단히 모순된 표현이지만 정말 끝나주지를 않았습니다. 어느 정도였느냐면, 꿈에서 캘러미티 메어리를 만났습니다. 걷어차이고 얻어맞고 마지막에는 빵야 사살당했습니다. 악몽이었어요. 너무한다 싶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지도해주신 편집부 분들, 특히 담당편집자 S무라 씨에게는 매우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일러스트를 그려주신 마루이노 선생님께는 본문이 늦어져서 다이렉트로 폐를 끼쳐 드렸습니다. 마법소녀들의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가보로 삼겠습니다. 네무링이 특히 마음에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기회에 또 만나요. 가능하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아니, 진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