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관문성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200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습니다.
2013년 동시 「대장이 바뀌었다」 외 11편으로 푸른문학상을 받고, 같은 해 《어린이와 문학》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었습니다.
동시집에 『화성에 놀러 와』, 『콩알 밤이 스물세 개』, 『강아지 학교 필독서』, 『우산이 뛴다』가 있고 제15회 서덕출문학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울산남구문화예술창작촌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너구리에게 옥수수밭을 선물하자
새우깡 맛을 알아버린 너구리가 있습니다.
이 일은 어느 가을밤에 일어났습니다.
“아나, 니도 무라.” 종이 접시에 수북이 새우깡을 부어주는 술꾼 아저씨. 갈매기가 ‘깡’ 어쩌며 자랑하던 맛. 흙냄새 풀풀 나는 산밭의 고구마 감자와는 차원이 다른 맛. 너구리 굴이의 인생을 깡그리 바꿔놓은 새우깡.
‘깡! 깡! 깡! 깡! 깡이 있어야 이 강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그러면서 찾아 나선 새우깡을 강가 편의점에서 발견했던 것이지요. 마음씨 좋은 알바 삼촌, 굴이에게 새우깡만 줬겠어요.
고구마깡도 주고 오징어땅콩도 주고 꼬깔콘, 맛동산까지 과자란 과자는 다 줬을 거예요.
빗물을 줄줄 흘리며 나타난 늦가을 어느 추운 밤엔 전자레인지에서 갓 꺼낸 뜨끈한 어묵탕을 건넸을 거예요. 고마운 삼촌에게 굴이는 샛강에서 잡은 붕어며 잉어를 안겼을 테지요.
코로나19와 싸우느라 마음을 못 썼더니 굴이 행방이 묘연합니다. 전단지라도 붙여야 할까 봅니다. 남생이 영감님도 꿩 할멈도 본 지 오래라고 합니다. 고향 서사마을에 갔을까요. 손수건만큼 남은 야산 어딘가에서 눈물범벅인 채 떨고 있는 건 아닐까요.
굴아, 샛강에 징검다리가 새로 놓였어.
개양귀비밭 너머에 감자밭 생긴 것 모르지?
하지 때맞춰 감자 캘 건데 그전에 와서 먼저 맛봐.
하루살이들은 여전히 천사의 날개로 몰려들고 있어.
왜가리 촌장님은 목이 더 길어졌고
강둑은 첫 풀을 벴어.
삼호대숲은 백로 시계를 걸었어.
뻐꾸기와 소쩍새도 왔어.
얼른 와.
개정판 서문이 굴이 걱정으로 빼곡합니다. 감자꽃이 굴이를 데려올 거라 믿습니다. 정원사에게 부탁해 굴이 최애 간식 옥수수도 심어달라고 해야겠습니다.
국가정원에 옥수수밭이라니. 우리 굴이는 이렇게 말하겠죠.
“깡 키우는 데는 뭐니 뭐니 해도 옥수수가 최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