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하고 늦가을 어느 날 멕시코시티로 날아가 그곳에서 7년을 살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멕시코의 거장들이 공부한 아카데미아 데 산카를로스Academia de San Carlos에서 조각을 공부한 것이, 내가 내세우고 싶은 이력이다.
멕시코에 머물렀을 때는 그곳의 자연, 문화, 예술, 사람에 홀려 쫓아다니느라 정신 못 차렸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늘 그곳이 궁금하고 그리웠고, 닳고 닳아 반질거리는 그 거리를 또 걷고 싶었다.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되는 글쓰기를 하는 동안은 왠지 그곳의 어디쯤에 발을 살짝 걸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프리다 칼로가 라틴아메리카 여성 예술가의 문을 활짝 열었을 때, 여자가 무슨 벽화를 그리느냐며 멕시코의 3대 벽화 거장들에게 벽화 자리를 뺏겼음에도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벽에서 보란 듯이 벽화를 완성한 마리아 이스키에르도가 멋지게 등장할 것을 기대하며 혼자 들떠 있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여전히 프리다 칼로만 유명할 뿐이었다. 라틴아메리카에 프리다 칼로만 있는 게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 글을 써 나갔다.
멕시코시티와 서울에서 세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해 다수의 기획전, 그룹전을 가졌고 멕시코와 라틴아메리카 미술에 대한 논문과 저서를 발표했다. 저서로는 『태양보다 강렬한 색의 나라 멕시코』(미술문화, 2014) 『라틴현대미술 저항을 그리다』(한길사, 2011)『 태양의 나라 땅의 사람들: 정직한 페루 미술을 찾아서』(아트북스, 200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