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행 출판사 진작에 죽고, 이 시집도 따라 죽고, 시와 시집을 어쩌겠다는 스스로의 관심도 죽고, 이렇게 다 죽으니 그래, 옳구나, 다 잘 죽었다, 만고 땡, 편했는데……
절(絶)을 편애한다. 단절, 절단, 고절, 의절, 절멸, 멸절 등등. 오죽하면 절(絶)이란 제목의 시가 다 있을라. 그렇게 절을 통하면 들어서게 됐던 어떤 희미한 세계를 사랑한 것 같다. 그 세계 이름은 모른다……
20년의 정지, 끊어짐을 잇는 날이 생길 줄 몰랐다. 죽었기에 다시 살 줄 몰랐다. 죽어도 사는 일이 생겼다. 어색해 말자. 몸 둘 곳 몰라 말자. 죽었다 다시 사는 일을 창피하게 생각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