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출생. 시인. 대학 재학시절에 일간지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하지만 전교조 활동이 정부의 탄압을 받으면서 교직을 잠시 빼앗겼었고,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못하는 것> 글은 그 시절에 쓰여 졌다. 2015년 현재는 미국에서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이들에게
어두워져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지친 몸을 눕히면, 무수한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하루 종일 나를 스쳐갔던 많은 사람들…….
그 중에서 유난히 활짝 웃던 얼굴이나 웬일인지 인상을 쓰고 있던 얼굴은 오래도록 그 잔상이 기억속에 남아 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전화라도 걸어서 나를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혼자라는 느낌이 더 들 것만 같아 전화기 앞에서 오래 머뭇거립니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 고흐의 방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습니다. 오늘날, 고흐가 다른 어떤 화가보다도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그 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고흐를, 그 고독했던 고흐의 삶을 생각했습니다.
그는 가난했고, 몇 차례의 사랑마저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살아 있을 때 동생 ‘폴’을 제외하고 한 사람이라도 더 그를 따뜻하게 챙겨주었더라면, 그랬다면 사후의 영광이 지금보다 조금은 덜해도 좋으련만……. 그런 상념에 잠겨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나는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살아 있을 때,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더 따뜻한 사람,
좋은 모습으로 기억되는 그런 사람,
멀리 있지만 늘 가까이 있는 듯 한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사는 일이 때론 우리를 지치게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이들을 떠올릴 수 있어 오늘은 밤하늘이 한결 가까이 느껴집니다. 오랫동안 소식 전하지 못한 그리운 친구들에게 우정을 실어 이 책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