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나는 시선 밖의 일부이다』 『울음소리 작아지다』 『나무 고아원』 『그녀는 믿는 버릇이 있다』 『사과 사이사이 새』 『파의 목소리』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 등이 있다. 박두진문학상, 이형기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한국서정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만 쓸 수 있다면 모든 것이 환해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런 욕망이 굳센 믿음이 갑자기 침묵으로 변하는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었다. 『현대문학』으로 긴 시간에 걸쳐 3회 추천 완료 후 등단한 지 7년 만에 남보다 늦게 첫 시집을 출간했다. 당시 나는 문학적으로 암전 상태였고 모든 것이 불분명해서 꿈꾸는 만큼 어둠이 깊어졌던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형기 선생님께서 어제까지 쓴 시 다 가져오라고 하셨고 그것이 첫 시집이 되었다.
33년이 지나서 첫 시집이 복간되는 시점에 첫 시집을 읽었다. 첫 시집은 맨처음으로 시인이 가진 문학적 언어다. 그런데 분명 내가 쓴 시인데도 나를 배반하는 막막한 모호성이 길게 잠복되어 있었고 이미 벅찬 미래가 다가오고 있음에도 낯선 세계에 대한 시들은 미미했다.
이 세계에서 시인의 감각이란 누구도 무엇도 전체일 수는 없다. 줄기차게 시를 읽어주는 사람들 앞에 내 시가 줄줄 재발견되기를 바라고 싶을 뿐.
2022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