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詩集의 詩들 전부가 정신과 병동에서 씌어진 것들이다.
*독자들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神, 神할애비 등에 놀랄 수도 있겠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는데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고, 노자와 장자를 계속 읽다가 마주치게 된 기이한 우연이라는 말만 더 보태자. 그렇긴 하지만 神, 神할애비 등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노자와 장자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神마저) 빠져나갈 수가 없는 초거대물리학, 초거대집단심리학이다.
*쓸쓸한 날에는 장자를 읽는다. 쓸쓸한 날에는 노자보다 장자가 더 살갑다. 그러나 더 쓸쓸한 날에는 장자도 有毒하다. 세상을 두루 살펴보아도 장자의 없음으로서 있는 그림 떡이 있을 뿐 그것을 능가하는 어떤 금상첨화적인 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름다움이 없으면 삶은 쓸쓸해진다. 왜냐하면 아름다움의 다른 이름은 기쁨이므로) 그렇게 쓸쓸해할 때의 나는 始源病에 걸린 나이다. 정신분열증 환자가 始源病이라는 또 다른 증세까지 겹쳐 앓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 날에는 술을 천천히 마신다. 始源을 그리워하면서. 눈에 보이는 꽃들이 어제 생겨난 듯하고 동시에 천만년 전부터 그렇게 환하게 피어 있는 듯한 순수와 환희를 가득 풀어줄 어떤 始源性을 그리워하면서 술을 천천히 마시는 것이다.
(하루 낮에도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게 詩人이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