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을 쓰고 싶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마트료시카’와 의 첫 만남을 떠올린다. 내가 쓰는 소설은 오색찬란한 드레스를 걸치고 화려하게 치장한 예쁜 인형이 아니다. 지극히 평범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인형이 겹겹이 들어 있는 ‘마트료시카’에 가깝다. 그 사람들은 조금도 요란하지 않다. 너무 작은 그들의 목소리는 몸을 굽히고 귀를 바짝 대야만 들을 수 있다. 힘센 사람들은 어디서든 할 말 다 하고 하지 않은 일을 부풀려 표현하기도 하지만 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겪은 일마저 말 못 하고 소리 내 울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은 자신 보다 작은 사람을 품으려 애쓴다. 온몸으로 사람이 사람을 품고 안는 세상. 나는 그것이 ‘소설’이고, 우리가 나누는 ‘사랑’이라 생각한다.
오래 품어온 그들을 이제 세상 밖으로 내보내려 한다. 헤어지는 순간부터 그리울 거라 이별이 서운하지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지금보다 큰 목소리로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