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태어나 백일이 채 되기 전에 서울로 올라왔다. 그 후 십수 년 동안 명절마다 부산을 찾았지만, 처음으로 친구와 부산에 갔을 때는 의외로 가이드 노릇을 할 수 없었다. 2017년 독립문예지 《영향력》에 단편소설이 실린 것을 계기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도쿄》에 <최저가 매물에 주의하세요>가 실렸다.
동반되는 삶은 어떤 것일까. 충분히 길진 않을지도 모르나 짧지 않은 세월을 일본에서 보냈다. 사교성 부족한 성격 탓에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지만, 말을 섞어 본 사람들 중 유난히 마음이 갔던 건 역시 처지가 비슷한 여성들이었다. 남편과 함께 유학 온 여자. 남편의 해외발령을 따라온 여자. 가족 모두 일본으로 이주해온 집의 주부. 그녀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말로 표현하지 않기로 한 것이 어쩔 수 없이 오갔다. 미처 느끼지 못하고 지나 보낸 감정, 느꼈으나 애써 무시한 마음을 잡아보려고 했다. 시아는 내가 되지 않기로 결정한 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