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을 읽은 어느 독자분이 내게 그런 말을 하더군요. 요즘 불륜에 관한 소설이 많은데 도 그 중 하나가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륜을 다룬 모든 소설이 그렇듯, 불륜은 다만 소설의 기제로(소재)로 사용될 뿐 불륜 그 자체가 소설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말하자면 사회적 정서적으로 억압되어 온 여성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찾아가는 과정의 매개로서 불륜이라는 소재가 사용되었을 뿐이라는 거죠. 물론 다른 소재가 차용될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 소재나 사회개혁적 다른 소재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대다수의 독자에게 어필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는 불륜 만한 소재가 없다는 점에서 작가들은 즐겨 그 소재를 차용하고 나 역시 그렇습니다.
그리고 소설은 소설일 뿐입니다. 나는 내가 쓴 소설이 누구에겐가 의미 강요되기를 원치 않습니다. 다만 내 소설이, 현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자기성찰을 통한 약간의 긴장을 조성하고, 그래서 삶의 활력소가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것입니다. 어설프게 소설을 현실로 착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러나 만약 누군가가 소설의 줄거리를 실제로 따라가려 시도한다면? 그런들 어떻습니까. 각자의 인생은 어차피 각자의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기획하건 그건 오로지 스스로의 몫이며, 그에 따른 성공과 실패도 오직 자신이 책임져야 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내 소설을 두고 비난을 하겠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또한 내 소설을 두고 토론을 하고 싶다면 그 역시 진지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이번 소설 는 여성의 입장이 되어 쓰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완전치 않다는 것은 나 역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다음 소설작업을 준비 하는 중입니다. 비난이든 그 반대이든 모든 목소리는 제게 주신 관심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내 책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항상 영혼이 자유롭기를 기원합니다.
(2001년 10월 11일 알라딘에 보내주신 작가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