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아마도 아프리카』『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를 출간했다. 편운문학상 우수상, 김현문학패,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표면의 언어로써 세계의 세부를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작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세계와 조금은 다른 세계, 조금은 넓고 깊은 세계에 가닿기를 바란다.
이제 나는
손을 하나 그리고
손을 하나 지우고
이제 나는
눈을 하나 그리고
눈을 하나 지울 수 있게 되었다.
지웠다고 하나 없는 것도 아니어서
미웠다고 하나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이제 나는 깊은 밤 혼자 무연히 울 수 있게 되었는데
나를 울게 하는 것은 누구의 얼굴도 아니다.
오로지 달빛
다시 태어나는 빛
그것이 오래오래 거기 있었다.
발견해주기만을 기다리면서
홀로 오래오래 거기 있었다.
2019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