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뒤처진 자기 영혼을 기다리던
늙은 아메리카 인디언을 생각한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아팠던
내 삶의 주인은 과연 나였던가
흔들릴 때마다
유무형의 그리움들을 불러냈다
단어와 단어 사이 좁아터진 단칸방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명당 찾아 보따리를 싸고
행과 행, 연과 연을 수십 번 전전하면서도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직수굿했던
페르소나들에게 무량한 빚을 졌다
오래 쟁여뒀던
시의 피와 눈물에 대한
저작권 일체를
이들에게 양도한다
2022년 가을 광교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