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이후, 10년이 지난 30대 직장인이 되어서야 여행의 기록을 마무리했다. 문득 이 여행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첫 배낭여행으로 떠나게 된 남미. 130여일 동안 브라질,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순으로 남미를 한 바퀴 크게 돌았다. 홀로 긴 시간 버스로 이동하고, 낯선 장소와 사람들을 마주하고, 광활한 대자연을 경험한 시간. 그 속에서의 느낀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남미에 간 이유를 묻지 않는다. 하지만 그 당시엔 남미로 떠나는 것에 대한 주변의 시선과 불안함, 두려움을 마주해야 했다. 떠나는 것이 맞는지 이유를 찾으려 했지만, 끝끝내 찾지 못하고 훌쩍 떠난 여행.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순식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무력감에 사로잡히던 혼란한 20대의 나를 품어준 것이 남미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두 눈에 가득 담았던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과 다정했던 사람들, 힘차게 씩씩하게 걸어 나가는 두 다리, 그리고 남미 여행과 꼭 어울리는 꾸밈없는 내 모습을 지금도 너무나 그리워하고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