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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천수호

국적:아시아 > 대한민국

출생:1964년, 대한민국 경상북도 경산

직업:시인

최근작
2022년 5월 <따뜻한 이불을 덮고 주무세요>

저자의추천 작가 행사, 책 머리말, 보도자료 등에서 저자가 직접 엄선하여 추천한 도서입니다.
이 분야에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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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1.
만 10년 만에 만나는 조동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삶의 극지를 돌아온 시인의 길 위 시편들이다. ‘길’이라는 기호 자체에 이미 시인이 걸은 그 길이 다 들어 있다. 초성의 ‘ㄱ’은 꺾인 길, 모음 ‘ㅣ’는 곧은 길, ‘ㄹ’은 구불텅 휘어진 길이다. “길 끝의 허무를 알면서도/ 휘청휘청 이슬 짊어지고”(「길을 잃고 일박」) 여기까지 온 시인의 행보는 걸음마다 허공이었다. 눈길, 꿈길, 물길, 산길, 들길을 지나고 불길을 건너다가 이미 저문 길, 그러나 여기가 바로 본래의 자리라는 것을 시인은 알고 있다. “쓰다만 시를 화두 삼아”(「제비꽃해우소」)서 지금 여기까지 온 시인의 시선에 붙들린 것들은 모두 깊고 처연하다. “가문이 알아주지 않”(「시시한 시인」)지만 세상의 비밀을 먼저 열어보는 시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강물이 흘러가다 끝이다 하는 순간/ 나, 만 왔다”(「만」)라는 시인의 탄성처럼, 스스로 도달한 바다의 입구인 만(灣)의 세계가 시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꽃피는 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꿈들”(「일부터 저지르고 싶은 날」)임을 알면서도 아직은 “꿈이 깨지 않았으면 좋”(「다시, 봄」)을 이 모든 순간의 것들이 다 시가 된 것이다.
2.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일 출고 
‘기억’을 구체화하는 행위가 걷는 일이 아닐까. 정이경 시인은 기억을 소환하는 간절한 순례자로서 걷고 걷는다. 들판을 지나 야생을 걸어 들어가는 소로우, 바람구두를 신고 걸은 랭보, 이 끝에서 저 끝으로 걸어가는 사람의 행복을 알았던 카잔차키스가 그랬던 것처럼 정이경은 탄자니아의 북쪽의 사바나를 걷고 킬리만자로의 우후루피크에 닿았다가 파미르 고원에서 북극성을 보며 아무르강의 발원지인 오논강까지 간다. 애초에 출발이 없었듯이 그녀의 여정에 도착은 없다. 걷는다는 것은 ‘기억’을 꼭꼭 씹는 과정인 것이므로 정이경 시인은 단지 알음알이로 생각의 근원을 알려고 않는다. 생각 이전의 본래 자리가 드라마를 보는 저녁에도 있고 사백 년 후에도 있는 것이겠지만 그의 문제는 언제나 진행형이다. “허공을 디딘 왼발과 오른발에서는 내가 모르는 악기 소리가 나”(「응고롱고로 연가」)고 “오래전의 사랑이 자꾸 이마를 덮고 눈을 가리”(「동명이인」)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맥을 놓아 버리는 일보다 구겨진 가방이 되”(「7024번」)는 길을 선택한다. 길을 걷다 보면 더러는 오래 함께 걷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지만, 시인의 여정은 어딘가에 남기고 온 ‘너’의 언저리를 둥둥 떠다니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다 걷고 또 걷는 길 끝의 어디쯤에서 “나는 새로운 나에게로 도착될 것이”(「커튼콜」)라는 환상을 흔들어 보기도 한다. 출가자도 재가자도 아닌 시인이 오롯이 새기고 갈 경전이 “건조함과 무표정 사이에서도 달아오르는 일”(「경전이 익다」)이라는 것! 결국 정이경 시인이 이 시집을 내놓으며 하고 싶은 말은 “구름 같은 빵 한 조각을 배낭에 넣고 당신도 오면 참 좋겠습니다”(「반야용선, 아프리카」)가 아니었을까.
3.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일 출고 
윤재라는 물거울 나는 윤재를 천재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천재라고 말하면 윤재의 맑은 감성이 묻혀버리는 느낌이 든다. 단지 타고난 두뇌로 쓰는 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재는 사물을 바라볼 때 그 사물의 쓰임이나 외형을 보지 않는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짚어낸다. 컵을 잡고 물을 마시면서도 “태어날 때부터 팔이 한 개 밖에 없다./ 그 마저도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내게는 있지만 사물에게는 없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바로 윤재의 마음인 것이다.
4.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일 출고 
한 땀 한 땀 밤의 숲을 지어온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바늘땀이 지날 때마다 낱낱인 사색의 조각들이 이어진다. 이따금 그의 어깨를 짚어온다던 어떤 손의 예감처럼 그가 그림을 읽어낸 코드도 미리 쓴 시에 별처럼 뿌려져 있다. 밤의 가장 깊은 근심을 디뎌본 그가 누구보다도 예민해진 펜으로 세상의 밤을 읽는다. 그의 필체로 새로 그린 그림과 더는 말이 없는 그림을 오가며 우리는 이 세상에 내려진 검은 날개의 신을 만난다. 미화할 마음도 선량할 마음도 없는 그의 한 세계는 그림 속의 말들을 업고 고요히 밤길을 걷는다. 깊고 조용한 밤, 한번도 듣지 못한 밤을 여기서 듣는다. 징후라고는 없는 신의 밤, 견딜 수 없는 그의 기억에서 자아낸 한 줄의 문장이 운명처럼 그림의 안팎을 넘나든다. 그가 복원한 밤이 고요의 앙금을 가라앉힐 때까지, 혹은 그가 저 밤의 숲가에서 잃었다는 문장의 한 단어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함께 그의 밤 노래에 젖는다.
5.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일 출고 
박봉희의 시는 무기력한 생존에 대한 환멸을 ‘미리 죽어 보는 것’으로 대체한다. 어떻게 더 잘 죽을 것인가에 대해, 죽은 내면으로부터 새로 꽃피우는 방식을 택한다. 이미 죽은 나를 강렬한 이미지와 역동적 리듬으로 살려내는 동안 어조는 직설적이고 단호해진다. 또한 죽음의 다양한 가정(假定)들이 이루는 슬픔의 주법은 독자들도 함께 이 참혹의 순간에 동참하게 한다. “나는 완전히 죽었다. 나는 비인칭이다. 나는 다시 무(無)가 된다. 나였던 것을 통하여 나를 보고 스스로를 발전해가는 것이 영적인 우주가 지니는 하나의 기능이다.”라는 말라르메의 말처럼, 시인은 내면을 죽음으로 비워냄으로써 이전의 자신이었던 것을 통해 이 세계를 새로 일으킨다. 현실의 헛되고 무상한 것들을 껴안기 위해 대상을 바라보는 자신을 철저히 비워낸 것이다. 이렇듯 완전히 죽었다가 다시 깨어난 시인의 이 첫 시집은 어쩌면 “그녀가 잘 아는 천사들의 거처”(「어떤 농담」)인지도 모른다.
6.
신들의 이야기꾼 김원익 박사의 글을 읽으면 신들의 변화무쌍한 표정과 서풍 같은 숨결, 거침없는 행위들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이 모든 찬사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책을 펼치지 않는다면. “햇빛은 대지를 껴안고 달빛은 바다와 입맞춘다. 이 모든 입맞춤이 무슨 소용일까, 그대와 입맞추지 않는다면.” 퍼스비시 셸리의 시 〈사랑의 철학〉의 한 부분이다. 사랑의 첫 소통처럼 신들의 사랑에 귀를 열어본다. 신들의 다채로운 사랑이 결국 내 사랑 안에 다 들어 있음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사랑 앞에 겸손해지고 더 다정해지지 않을까? 내 사랑을 닮은 신은 누구일까?
7.
  • 지금 택배로 주문하면 12월 3일 출고 
“폭설을 견디면 언젠가 결속이 된다”는 시의 한 구절처럼 박정구 시인의 시는 ‘결속’이라는 말이 전체를 엮는 뼈가 된다.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한 사랑과 연민으로의 결속, 절벽 봉우리가 결속된 산의 전경들, 냉이꽃 앉은뱅이붓꽃의 낮은 꽃들과 담장 너머 꽃들의 결속이 놀랍다. “닫으면 닫을수록 뚜렷해지는 경계”가 “때가 되면 먼 바다에서 만나는 것”이라는 그의 온정 어린 마음의 ‘결속’이 이 시집 전체를 단단하게 묶고 있다. 꽃이 스스로를 열게 하고 산이 “오르는 이, 내리는 이 손도 잡아주”며 그들을 품게 하는 것은 모두 시인의 섬세한 눈짓이 시킨 것 아니던가. 이러한 그의 시는 온전한 사랑의 결속에서 살았던 유년에 대한 애틋한 회귀에 근거한다. 도초 섬사람인 따뜻한 그의 심성이 이 세상을 한 번 더 결속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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