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8일 : 9호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畜舍]의 환대>라는 소설로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장희원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 안의 한자 '축사'는 장희원이라는 소설 세계로 진입하는 열쇠로 보입니다. 이 소설은 동음이의어를 통해 독자가 가지고 있는 기대를, '우리의 환대'라는 말의 다정한 어감을 배반합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중산층 부부를 떠나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들 영재는 흑인 노인(남자는 이 노인이 택시기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과 변기 닦는 일을 하는 어린 여자애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우리(축사)' 같은 집에서 아버지 재현은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거려, 아빠."라고 말하던 앳된 아들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기괴하고 불편한 기분'(61쪽)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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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畜舍]의 환대>라는 소설로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장희원의 첫 소설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 안의 한자 '축사'는 장희원이라는 소설 세계로 진입하는 열쇠로 보입니다. 이 소설은 동음이의어를 통해 독자가 가지고 있는 기대를, '우리의 환대'라는 말의 다정한 어감을 배반합니다. 모종의 사건으로 중산층 부부를 떠나 호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아들 영재는 흑인 노인(남자는 이 노인이 택시기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과 변기 닦는 일을 하는 어린 여자애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우리(축사)' 같은 집에서 아버지 재현은 "너무 좋아서 가슴이 두근거려, 아빠."라고 말하던 앳된 아들의 목소리가 멀어지는, '기괴하고 불편한 기분'(61쪽)을 느낍니다.
축사에서 자라는 돼지가 살처분 당하는 풍경, 여름 자두가 아닌 겨울 자두의 시든 맛, 더는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친구 등의 이미지를 사용한 <폭설이 내리기 시작할 때>는 경계를 넘어선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더 이상 우리가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우리일 수 없는 그 순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이 문장은 동음이의어로 쓰였습니다. ㅎㅎ) 새해엔 우리의 우리가 확장되길 고대하며, 2022년의 마지막 한국문학 편지를 발송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 뵙겠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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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 다음에도 와라. 오늘처럼 너무 추울 때 말고 날 따뜻할 때. 재희와 나는 어둠 속에서 윤곽만 보이는 그를 향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Q :
코니 윌리스의 작품과 함께 찍은 전자신문 인터뷰 사진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터뷰 보러 가기) 이번 작품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이 코니 윌리스의 오마주로 읽히길 원한다고 답하시기도 했는데요, 어떤 지점에서 그러한지 설명을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A :
그건 정말 거대한 희망사항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여러 등장인물이 옥신각신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코니 윌리스처럼 시끌벅적하게 펼쳐내는 것이었습니다. 수다쟁이 소설을 써보고 싶었고 이 부분에서 코니 윌리스의 문체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인물 중에서는 동욱의 캐릭터를 도로시 L. 세이어즈의 피터 윔지 시리즈 속 '머빈 번터'와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속 '핀치'로 이어지는 유능한 비서의 계보에 넣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SF라는 점에서 코니 윌리스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이건 제가 의도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코니 윌리스라는 대작가의 영향력이죠. 저의 이 모든 시도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 가운데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코니 윌리스의 따뜻함과 경쾌함이 묻어난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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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코니 윌리스의 작품과 함께 찍은 전자신문 인터뷰 사진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터뷰 보러 가기) 이번 작품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이 코니 윌리스의 오마주로 읽히길 원한다고 답하시기도 했는데요, 어떤 지점에서 그러한지 설명을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A :
그건 정말 거대한 희망사항입니다. 제가 가장 많이 신경을 쓴 부분은 여러 등장인물이 옥신각신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코니 윌리스처럼 시끌벅적하게 펼쳐내는 것이었습니다. 수다쟁이 소설을 써보고 싶었고 이 부분에서 코니 윌리스의 문체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인물 중에서는 동욱의 캐릭터를 도로시 L. 세이어즈의 피터 윔지 시리즈 속 '머빈 번터'와 코니 윌리스의 옥스퍼드 시간여행 시리즈 속 '핀치'로 이어지는 유능한 비서의 계보에 넣고 싶은 욕심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SF라는 점에서 코니 윌리스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이건 제가 의도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코니 윌리스라는 대작가의 영향력이죠. 저의 이 모든 시도는 한참 부족하지만 그 가운데 어느 한 부분에서라도 코니 윌리스의 따뜻함과 경쾌함이 묻어난다면 정말 큰 영광일 것입니다.
Q :
1차 세계대전 당시 크리스마스엔 전쟁을 잠시 멈췄던 것처럼, 크리스마스의 일반적인 이미지는 싸움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래서 크리스마스와 인터내셔널을 함께 배치한 제목의 아이러니가 재미있게 보입니다. 제목에 대해 소개가 가능할까요?
A :
'인터내셔널'은 국제노동자협회가 상징하는 저항과 연대의 이미지를 빌려왔습니다. 그러니까 제목을 풀이하자면 '크리스마스에 벌어지는 저항과 연대의 이야기'쯤 되겠지요. '인터내셔널'이라는 단어에는 확실히 날카로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시는 자본과 권력을 향한 것이죠! 저에게 있어 '인터내셔널'만큼 평화와 가까운 단어도 없습니다. 저항과 투쟁의 장소에는 물론 분노와 치열함이 존재하지만 그 분노는 불의를 향한 것이며 치열함은 평등을 위한 것이니까요. 게다가 투쟁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춤과 노래가 빠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희와 전복이라는 카니발의 역사적 의미를 굳이 가져오지 않아도, 투쟁의 현장이 어느 정도는 축제와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그 자리에 있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은 오히려 거의 동어반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Q :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을 즐겁게 읽을 독자에게 함께 권하고 싶은 '컨텐츠'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
코니 윌리스의 모든 작품을 추천하고 싶지만 그건 너무 뻔하니까, 이 자리에서는 <슈퍼 에이트>라는 영화를 추천해볼까 합니다. <슈퍼 에이트>는 작은 마을에서 좀비 영화를 찍는 6명의 어린이와 그 마을에 나타난 외계인의 이야기입니다. 일단 저는 아이들이 힘을 합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이야기를 무조건 좋아합니다. 게다가 이 영화의 오프닝은 영화사의 걸작들 사이에 끼워 넣어도 결코 빠지지 않으며, 아이들이 주고받는 생동감 넘치는 대사들은 성인 각본가가 쓸 수 있는 어린이의 대사 가운데 최고 수준임이 틀림없습니다. 이 영화와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의 공통점을 몇 가지 나열해보자면,
1. 외계인이 등장한다.
2. 주인공의 앞길을 정부-군이 막아선다.
3. 자동차로 들이받는다.(!)
4.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기에 좋다.(?)
이 밖에도 결말 때문에 밝힐 수 없는 공통점이 정말 많습니다. 이걸 쓰기 위해 다시 찾아보고는 깜짝 놀랐을 정도로요. 『크리스마스 인터내셔널』을 즐겁게 읽은 독자라면 분명 이 영화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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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크리스마스 조세희 작가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추모 인사는 여기에 남길 수 있습니다) '난쏘공'은 2009년,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로도 출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많은 수험생처럼 저도 고등학생 때 '난쏘공'을 처음 읽었습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로 이어지는 순간, 이 확장과 전환이 준 해방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기름 때가 낀 아버지의 손톱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손 씻을 따뜻한 물조차 제공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부산에 자리한 호밀밭 출판사는 2008년에 설립되어 인문사회, 문화예술 분야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였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문화 플랫폼을 시도하는 등 출판과 문화 영역에서 여러 도전을 해 오고 있습니다. ‘호밀밭’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그 유명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란 뜻입니다.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작은 목소리,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는 개성 있는 목소리, 부조리한 통념에 일갈하며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 목소리, 묵묵히 오래도록 갈고닦은 생각이 담긴 깊은 목소리 등 다양한 목소리에 자리를 내주고자 하는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지요. 두 번째 의미는 ‘호밀’과 관련됩니다. 땅의 지력이 다하면 호밀 같은 거친 작물을 심어 지력을 되살린다고 하는데요. 미력이나마 저희 출판사의 문화적 시도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바라며 이름을 붙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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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자리한 호밀밭 출판사는 2008년에 설립되어 인문사회, 문화예술 분야의 책을 꾸준히 출간하였으며, 최근에는 온라인 문화 플랫폼을 시도하는 등 출판과 문화 영역에서 여러 도전을 해 오고 있습니다. ‘호밀밭’이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요. 하나는 그 유명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것처럼 ‘누구나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란 뜻입니다. 소외되고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작은 목소리, 새로운 시각을 담고 있는 개성 있는 목소리, 부조리한 통념에 일갈하며 우리를 각성하게 하는 목소리, 묵묵히 오래도록 갈고닦은 생각이 담긴 깊은 목소리 등 다양한 목소리에 자리를 내주고자 하는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지요. 두 번째 의미는 ‘호밀’과 관련됩니다. 땅의 지력이 다하면 호밀 같은 거친 작물을 심어 지력을 되살린다고 하는데요. 미력이나마 저희 출판사의 문화적 시도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더 건강하게 회복되기를 바라며 이름을 붙였답니다.
2008년 '난쏘공' 출간 30주년 인터뷰에서 조세희 작가는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 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저 역시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는 문장을 만나 눈물 짓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2023년을 맞으며 이 소설이 묘사하는 슬픔과 부끄러움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새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출판사는 지금 : 호밀밭
‘다양성과 문화적 회복’이라는 메시지는 저희가 문학 작품들을 출간할 때도 늘 염두에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2016년부터 나온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는 현재까지 총 8권이 나왔습니다. 2022년부터는 기존 소설선을 새롭게 재단장하여, 지금-여기에서 펼쳐지는 각양각색의 삶을 보다 다채롭고 신선하게 풀어내는 작품들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나온 소설선 8편 『겨울의 색채』는 지금 이 계절에 읽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겨울의 한복판에서 눈을 맞으며 견디는 사람들을 응시하는 작품으로, 건조하고 쓸쓸해 보이는 이야기 이면에 담긴 은근한 온기가 독자분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한국 문학을 넘어 세계 문학 중에서, 그간 독자들이 읽을 기회가 좀처럼 없었던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일도 저희 출판사에서 올해 들어 새롭게 시도한 일입니다. 그 결과 터키 작가 쥴퓌 리바넬리의 『마지막 섬』이 출간되었지요. 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하는지 잘 보여 주는 이 작품은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도 직시하게 한다는 점에서 많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리라 생각됩니다.
올 한해도 거의 끝나갑니다. 저희는 올해 낸 책들을 다시 꼼꼼히 살펴보고, 내년에는 어떤 의미 있는 책들로 독자분들과 만나야 할지 고민하면서 연말을 보내고 있답니다. 저희의 시야만으로는 불충분하니 부디 독자분들께서 저희 책을 읽고 좋은 점이든 아쉬운 점이든 피드백을 주시면 적극적으로 참고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시야를 넓혀 더 좋은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소개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저희 출판사의 책들을 읽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호밀밭 출판사가 걸어갈 앞으로의 시간을 더욱 기대해 주세요!
― 임명선(호밀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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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엮은 앤솔러지 소설집을 근래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우주 최초 MBTI 소설집인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에는 정대건, 임현석, 서고운, 이유리, 이서수, 김화진 소설가가 참여했고 지역에서 활동중인 여성 작가 김지현, 오선영, 장희원, 황유미, 송유나가 '여성, 공포, 공간'을 테마로 한 <문밖에 누군가가>에 참여했습니다. 앤솔러지 소설집을 통해 좋아하게 될 소설가를 미리 만나는 것도 소설 읽기의 즐거움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소설을 즐겁게 읽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