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을 딛고 세계를 구성하는 작가 아니 에르노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당신’을 마주하는 작품. 작가가 1984년 르노드 상을 받았던 <남자의 자리>에서 아버지의 삶을,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한 여자>에서 어머니의 인생을 기록하였다면, <다른 딸>이 천착하는 대상은 ‘당신’, 아니 에르노가 태어나기 2년 전에 죽은 언니 지네트이다.
Nil 출판사의 편지 시리즈 기획(‘Les Affranchis’)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다른 딸>은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편지를 써달라는 출판사의 제안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리하여 시작되는 이 편지는 아니 에르노 특유의 아름다운 칼날 같은 문체를 통해 우아한 유속으로, 그러나 확실하게 ‘나의 흔적에 얹힌’ 당신을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으로 죽은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촉발된 어린아이의 불안과 혼란, 부재와 존재의 탐구,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 대한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온전한 ‘나’로 향하고자 하는 여정이 모두 여기, 이 물결에 스며있다.
프랑스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1940년 프랑스 릴본에서 태어났다.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분담하는 부모 사이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현대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통신대학 교수로 일했다. 1974년 자전적 요소가 담긴 『빈 옷장Les armoires vides』으로 데뷔한 이래,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작품으로 써냈다. 1981년, 여성으로서의 삶을 쓴 『얼어붙은 여자La femme gelee』를 발표하며 작품 세계의 전환을 맞았다. 1984년 『자리 La place』로 르노도 상을 받으며,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한 여자 Une femme』에서 자신의 작품을 ‘문학과 사회학, 그리고 역사 사이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아니 에르노의 작품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8년 『세월 Les annees』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이전 작품들이 재조명되었다. 2022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