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5일 : 16호
“내 삶의 중심, 변두리에게”
1985년의 서울 황룡동. 서울의 변두리에 위치한 이 동네엔 도살장과 부산물 시장 일을 주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소녀 수원은 도살장에서 선지를 들통 가득 사오는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는 속이 깊은 아이입니다. 카우보이가 되는 게 꿈인 동생 수길이 도살장의 정체를 아직은 알지 못하는 것이 수원의 작은 바람. 수길은 무사히 꿈을 꿀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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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의 서울 황룡동. 서울의 변두리에 위치한 이 동네엔 도살장과 부산물 시장 일을 주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여 삽니다. 긴장하면 말을 더듬는 소녀 수원은 도살장에서 선지를 들통 가득 사오는 심부름을 마다하지 않는 속이 깊은 아이입니다. 카우보이가 되는 게 꿈인 동생 수길이 도살장의 정체를 아직은 알지 못하는 것이 수원의 작은 바람. 수길은 무사히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순례 주택>으로 10만 독자를 만난 유은실 작가의 소설입니다. 2014년 청소년 소설로 처음 출간된 소설이 양장본으로 2023년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선지 피를 뒤집어 쓴 채 건널목에서 엎어진 수원의 난감함과 창피함을 어쩐지 꼭 알 것만 같아서, 이 소설이 남 같지가 않았습니다. 재개발을 앞둔 언덕집에 사는 저도 제가 지나온 변두리를 생각해 봅니다. 그 변두리들에 이 소설처럼 인사하고 싶습니다. “내 삶의 중심, 변두리에게”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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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쪽 : 황룡제일교회 목사는 피를 먹는 게 죄라고 했다. 피를 먹고 사는 사람들, 피를 끓여 해장국으로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죄 때문에 목사가 날마다 기도한다고, 엄마가 말하던 생각이 났다. 그 교회 목사님이 살코기는 먹는다네. 살코기에도 피가 배었는데. 아무튼 그 교회 다니던 우리 도살장 사람들 거의 다 나왔어. 우리 같은 죄인이 어디 교회 근처에 갈 수 있겠냐. 엄마는 씁쓸하게 웃었다.
알라딘 :
예년보다 빠르게 핀 꽃이 새삼스러워 아름답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한 계절입니다. 『소설 보다: 봄 2023』의 작가로서 맞는 이번 계절 '봄'이 어떤 의미인지와, 이 작품집 이후 다음 계절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강보라 :
다른 계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낮에는 이런저런 원고를 쓰고 저녁에는 미드를 보거나 요가를 하면서요.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날씨에 맞지 않는 옷차림으로 나갔다가 낭패를 겪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바야바 느낌의 털옷을 입고 집 근처 공원에 갔다가 끓는 물에 담갔다 뺀 요구르트 병 같은 몰골이 되어 돌아왔어요. 때마침 현관 앞에 『소설 보다: 봄 2023』이 도착해있더라고요. 마치 봄의 전령처럼요. 덕분에 외투를 벗고 잠시나마 계절을 흠뻑 만끽한 것 같습니다. 친구들의 다정한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요. 지금은 여름에 발표할 단편을 쓰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마주친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경보하고 있어요. 곧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야할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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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
예년보다 빠르게 핀 꽃이 새삼스러워 아름답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한 계절입니다. 『소설 보다: 봄 2023』의 작가로서 맞는 이번 계절 '봄'이 어떤 의미인지와, 이 작품집 이후 다음 계절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강보라 :
다른 계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낮에는 이런저런 원고를 쓰고 저녁에는 미드를 보거나 요가를 하면서요.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날씨에 맞지 않는 옷차림으로 나갔다가 낭패를 겪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바야바 느낌의 털옷을 입고 집 근처 공원에 갔다가 끓는 물에 담갔다 뺀 요구르트 병 같은 몰골이 되어 돌아왔어요. 때마침 현관 앞에 『소설 보다: 봄 2023』이 도착해있더라고요. 마치 봄의 전령처럼요. 덕분에 외투를 벗고 잠시나마 계절을 흠뻑 만끽한 것 같습니다. 친구들의 다정한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서요. 지금은 여름에 발표할 단편을 쓰고 있습니다. 공원에서 마주친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두 팔을 힘차게 흔들며 경보하고 있어요. 곧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야할 지도요.
김나현 :
올봄은 꿈을 꾸는 듯합니다. 『소설 보다: 봄 2023』에 작품이 실린 것도 그렇고, 계속 소설을 쓸 기회가 주어진다는 사실이 어쩐지 믿기지 않거든요. 민망해서 종이에 쓰지는 않았지만, 저에게는 마음에 새겨놓은 <미래의 언젠가 이런 일들이 일어났으면 좋겠어> 리스트가 있는데요. 『소설 보다』에 작품이 수록되고 더 많은 독자를 향해 소설이 나아가는 것이 그 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아……. 제발요…… 이렇게 간절하게 바란 건 아니고, 으음, 이런 일이 있다면 내 소설이 좀 괜찮다고 스스로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그러고 보면 이번에 실린 단편 「오늘 할 일」 속 인물들도 다이어리에 쓴 목록과 달리 마음에 숨겨둔 리스트가 있던 게 아닌가 싶네요. 스스로를 괜찮다 여길 수 있는 마음에 닿기 위한 리스트 말이죠. 모두에게 그런 리스트가 하나쯤은 있는 게 아닐까요? 봄이 지나기 전에 다들 그런 마음에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계절 소식을 전하자면, 일단 두 번째 장편 원고를 마감하고 첫 번째 소설집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에 있어요. 올가을 혹은 겨울에 책이 되어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또 꿈을 꾸는 기분이겠네요. 그 계절의 일들도 <미래의 언젠가……> 리스트에 새겨 놓아야겠어요. 그럼 저는 시간과 체력과 멘털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여 쓰고 있겠습니다.
예소연 :
이번 봄은 손에 쥘 수 있다면 쥐어보고 싶은 계절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집은 몹시 추운데요, 날씨가 풀리면 냄새도 다르잖아요. 그 다른 냄새를 맡은 순간 고요하고 짧은 행복을 순식간에 느꼈습니다. 그 기분을 최대한 오래 느낄 수 있도록 여전히 곱씹는 중입니다. 그리고 『소설 보다: 봄 2023』이 출간되고 제 내밀한 이야기를 많은 이들과 공유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이루어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번 봄은 저에게 쥘 수 있다면 쥐어보고 싶을 만큼 다정한 봄입니다. 동시에 마음 한 켠이 유난히 불안하기도 한데요, 이번에 본 <우리도 사랑일까>라는 영화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너는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니?' 네, 바로 그런 사람이 저입니다! 그래서 다정하지만, 너무 다정해서 약간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회색 봄입니다.
봄과 여름 사이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이라는 SF 소설이 허블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디스토피아 세계, 노인 여성 용병 세 명과 로봇 고양이 치즈가 살아남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단편 소설도 발표할 예정인데 조금은 선득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엄청 무섭진 않지만, 약간 머리털이 뿅 서는 듯한(?) 그런 이야기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조금 되바라진 이야기랄까. 그렇게 봄과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나 겨울에는 짧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요. 아주 추운 겨울에 아주 따뜻한 계절의 나라로 떠나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삶의 경로는 늘 틀어지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큰 기대를 안 하려고 하지만 사실 무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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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으로 2020년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백온유 작가의 신작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옥상에 서고 싶은 '유원'의 이야기와, 전염병 이후 장애를 얻게 된 엄마를 돌보는 '영케어러' 시안의 이야기 이후, 이번엔 '가출팸' 시절을 경험한 적 있는 아이, 인수의 이야기입니다.
환상적인 이야기의 세계를 여는 새로운 문, 래빗홀은 인플루엔셜에서 선보이는 문학 브랜드입니다. SF,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한국의 다채로운 장르소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눠가려 합니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무렵입니다. 오래전 읽었던 책이지만 다시읽어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짧은 단편작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허생원과 동이의 이야기중에 허생원은 동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까 하는 부분과 또 동이는 허생원이 왼손잡이라는 걸 알아채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듯 했네요.
모든 엄마의 모습이 다 하나의 전형 (아들은 글씨를 쓰고 어머니는 떡을 써는)일 수는 없습니다. <몸과 여자들>로 욕망하는, 욕망하지 않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를 선보였던 이서수는 절에 '버리고'싶은 엄마 이야기를 트리플 시리즈로 엮어 선보입니다. 게임하는 엄마는 어떨까요. 게임을 못한다는 이유로 곤경에 처한 아들을 위해 게임 과외를 알아보는 어머니의 '모성'을 다룬 이야기, 박서련의 소설을 함께 소개합니다.
경우 없이 어른이 된 인수는 자해공갈을 하는 아이를 보며 '가출팸' 시절의 경우를 떠올립니다. 같은 가출 청소년인 성연을 따라 합류한 반지하방에서 보육원을 도망친 '경우'를 만나 유사가족이 된 이들은 날 것인 채로 세상에 부딪치며 절도와 폭행, 공갈과 사기를 향해 질주합니다. '사랑 받고 자란 티'가 나는 경우에게 의지하고, 경우를 신뢰하며 한 시절을 보낸 인수가 그 시절을 벗어나기까지 어떤 일을 겪었을지, 백온유는 사려 깊은 태도로, 사실적인 눈으로 한 시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시도합니다.
출판사는 지금 : 래빗홀
올해 3월 깊고 푸른 바닷속 판타지를 펼쳐내는 김청귤의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첫 책으로 선보이고, 이어 2022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소설집 《저주토끼》 개정판과,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리는 전건우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듀얼》(가제)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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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이야기의 세계를 여는 새로운 문, 래빗홀은 인플루엔셜에서 선보이는 문학 브랜드입니다. SF,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한국의 다채로운 장르소설을 독자 여러분과 나눠가려 합니다.
올해 3월 깊고 푸른 바닷속 판타지를 펼쳐내는 김청귤의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를 첫 책으로 선보이고, 이어 2022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소설집 《저주토끼》 개정판과, ‘한국의 스티븐 킹’이라 불리는 전건우 작가님의 신작 장편소설 《듀얼》(가제)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해저도시 타코야키》는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모두 녹고 육지가 사라져가는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바다 생활을 시작한 인류의 이야기를 여섯 편의 연작으로 담아냈습니다. 2021년 《재와 물거품》으로 한국 환상소설장에 신선한 충격을 불어넣으며 큰 사랑을 받았던 김청귤의 첫 소설집으로, 희망이 사라진 세계에서도 춤추고 사랑하는 아름다운 존재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이들이 새롭게 열어내는 유토피아의 문 앞에서 우리도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거예요!
- 래빗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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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지금
(익명 독자께서 보내주신 사연을 소개합니다.)
이토록 다양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