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실패하고 관계로부터 단절되는 주인공들의 정처 없는 마음을 명료하고 간결한 문체로 그려 온 작가 조용호는 색 바랜 사랑과 흔적으로 남은 사랑을 그리면서도 사라진 것들의 회생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부유하는 그의 소설은 정처 없되 한 번도 가라앉은 적이 없으니, 상실과 그리움의 추진체는 그에게 사랑의 쉼을 허락하지 않았다.
조용호의 이번 소설은 야학연합회 사건을 중심으로 닫힌 문을 열고 그 시대를 다시, 다른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미시사나 거시사로 규정되지 않는 이야기는 문학적 시선이 무엇인지 확인시켜 준다. 개인과 국가, 현실과 환상, 사랑과 이별, 상실과 회복이 한데 뒤섞인 채 다만 잃어버린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주인공은 그동안의 부유함을 만회하려는 듯 거침없이 행동한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이후 삶도 죽음도 의문에 부쳐진 한 사람에 집중해 읽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흥미로운 추적기가 될 것이며, 사라진 사람을 성실하게 그리워하는 한 사람이 자신의 그리움에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로 읽는 독자들에게 이 소설은 그리움에 대한 실존적 성찰일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다른 이야기들은 하나의 세계로 수렴한다. 그리워하는 일에 대한 낙관이다.
1998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을 발표하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집 『떠다니네』 『왈릴리 고양이나무 』 『베니스로 가는 마지막 열차 』, 장편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산문집 『꽃에게 길을 묻다』 『키스는 키스 한숨은 한숨』 『여기가 끝이라면』 『시인에게 길을 묻다』 『노래, 사랑에 빠진 그대에게』 『돈키호테를 위한 변명』 등이 있다. 무영문학상, 통영 김용익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