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0일 : 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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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지금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면 명절처럼 좋습니다. 시인-되기 30주년을 맞은 김소연이 신작 시집을 엮었습니다. 전작 <i에게>이후 5년 만입니다. <촉진하는 밤>이라는 제목을 들여다보며 시와 만날 채비를 합니다. 무엇을 촉진하고 있을까요? 밤은 어떤 때일까요? '미쳐 날뛰는 바람이 커튼을 밀어내고 / 펼쳐둔 책을 휘뜩휘뜩 넘기고' 도래한 <촉진하는 밤>,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같은 시) 우리는, i들은 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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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쪽 : 어듬에 대해 말했다면
어둠을 끝까지 노려보며 쓰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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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금 _3문 3답

Q : 시인 김현이 익숙한 독자가 많을텐데요, 소설가 김현으로 <고스트 듀엣>이라는 한 권의 작품집을 엮는 작업을 하며 즐거웠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A : 오랫동안 생각했던 ‘첫 책’이라서 작품집을 엮는 일 자체가 설레었습니다. 시작하는 마음이 주는 에너지 같은 게 있잖아요. 편편이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하나로 모으고 ‘고스트 듀엣’이라는 유니버스를 그려나가는 것도, 작품마다의 느슨한 연결을 위하여 나름의 장치를 작품 속에 삽입하는 일도 재밌었고요. 특별히 이번 책은 시집 『장송행진곡』과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는데요,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교정지를 살폈던 힘듦도 지금에 와서는 즐거운 기억입니다. 원고를 읽고 고치면서 작가는 매번 자기를 믿었다가 의심했다가 하는데요, 그런 순간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편집자와의 협업도 기뻤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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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MD는 지금 스마일

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지하련의 작품집 <이따금 난 네가 몰라져서 쓸쓸탄다>가 독자를 만났습니다. 올 봄 지하련의 소설을 임솔아가 이은 이 출간되기도 했는데요, 작가정신에서 출판된 이 책이 1900년대를 산 여성작가 지하련과 2000년대를 사는 여성작가 임솔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시, 또 함께' 보기 위한 방향성으로 기획된 것에 더해 큐큐의 <이따금 난 네가 몰라져서 쓸쓸탄다>는 지하련을 퀴어적으로 읽기를 시도합니다.

임화의 아내이자 월북한 여성 작가인 지하련의 이야기는 이러한 사정으로 오독되었습니다. 1940년 지하련이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의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라는 문장은 '남자가 여자에게 보낸 연서'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상이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음을, 이 작품의 번역가 백종륜이 연구를 통해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존재하는 작품을 퀴어하게 다시 읽는 경험 역시 번역의 절차를 거치는 것일 듯합니다. 지하련의 소설을 투과해 다시 읽힐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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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지금 : 교유당

어느새 교유서가 소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교유서가는 인문역사서로 시작한 교유당의 출판 브랜드이지만, 김종광 소설집 『성공한 사람』과 손홍규 산문집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을 시작으로 예술성 높은 소설·산문 시리즈도 출간하고 있습니다. 갓 등단했든 주목받은 신인이었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았든, 신인 작가와 중견 작가를 가리지 않고 독자님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작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여덟 편의 소설 목록은 각양각색의 작가들이 서로 사귀어(交, 교) 노니는(遊, 유) 듯한 모습이라 회사명과 꼭 닮아 보입니다.

이번에 펴낸 장편 『디어 마이 송골매』는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 소식을 듣고 여고 시절 함께 송골매를 좋아했던 친구들이 다시 뭉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이 떨어져 지낸 30여 년은 여고 시절 그토록 친하게 지냈음에도 연락을 망설이게 만드는 긴 시간입니다. 콘서트까지 D-100. 그리운 줄도 모르고 그리워한 그 시절, 함께 열광했던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에 친구들은 함께할 수 있을까요? 유머와 감동이 뒤섞인 홍희, 미호, 은수, 기민의 이야기가 독자님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열망을 콕, 찔러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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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작가 다시 읽기

근대 한국문학에 아로새긴 여성작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보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상을 지닌 여성, 노동하는 여성, 지옥을 담대하게 맞닥뜨리는 여성...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소설, 잇다' 시리즈를 통해 이선희와 천희란의 소설을,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시리즈를 통해 강경애의 소설을 다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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