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0일 : 28호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면 명절처럼 좋습니다. 시인-되기 30주년을 맞은 김소연이 신작 시집을 엮었습니다. 전작 <i에게>이후 5년 만입니다. <촉진하는 밤>이라는 제목을 들여다보며 시와 만날 채비를 합니다. 무엇을 촉진하고 있을까요? 밤은 어떤 때일까요? '미쳐 날뛰는 바람이 커튼을 밀어내고 / 펼쳐둔 책을 휘뜩휘뜩 넘기고' 도래한 <촉진하는 밤>,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같은 시) 우리는, i들은 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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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이 출간되면 명절처럼 좋습니다. 시인-되기 30주년을 맞은 김소연이 신작 시집을 엮었습니다. 전작 <i에게>이후 5년 만입니다. <촉진하는 밤>이라는 제목을 들여다보며 시와 만날 채비를 합니다. 무엇을 촉진하고 있을까요? 밤은 어떤 때일까요? '미쳐 날뛰는 바람이 커튼을 밀어내고 / 펼쳐둔 책을 휘뜩휘뜩 넘기고' 도래한 <촉진하는 밤>, '허약함을 아둔함을 지칠 줄 모름을 / 같은 오류를 반복하는 더딘 시간을' (같은 시) 우리는, i들은 지나고 있습니다.
1부 말미에 실린 <푸른얼음>이라는 시는 꼭 여러 사람과 함께 읽어보고 싶습니다. '걸어가보는 밤 모르는 데까지 돌아올 수 없는 데까지 상상도 못 해본 데까지 가는 밤....' 변주되며 반복되는 밤이라는 소리를 음악으로 경험하며, 하루하루 이 밤이라는 것을 새기며 '나은 사람 같은 것을 거절하는 밤'을 곱씹고 싶습니다.
엄혹하고 어려운 시절입니다. 이럴수록 능청스럽게 씨익 웃는 밤을 상상해봅니다. "눈을 부릅뜨고 누워 있기 푸른얼음처럼 지면서 버티기 열의를 다해 잘 버티기 어둠의 엄호를 굳게 믿기 온갖 주의 사항들이 범람하는 밤에게 굴하지 않기"(<푸른얼음>) 김소연의 시를 우리의 행동강령으로 공유하며, 이 '디버깅'의 세계를 '파티원'으로서 건너고 싶다는 생각을, 이 시집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다음 편지는 추석 연휴 후 10/11일에 찾아뵙겠습니다. 명절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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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쪽 :
어듬에 대해 말했다면
어둠을 끝까지 노려보며 쓰기를 바라면서
Q :
시인 김현이 익숙한 독자가 많을텐데요, 소설가 김현으로 <고스트 듀엣>이라는 한 권의 작품집을 엮는 작업을 하며 즐거웠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A :
오랫동안 생각했던 ‘첫 책’이라서 작품집을 엮는 일 자체가 설레었습니다. 시작하는 마음이 주는 에너지 같은 게 있잖아요. 편편이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하나로 모으고 ‘고스트 듀엣’이라는 유니버스를 그려나가는 것도, 작품마다의 느슨한 연결을 위하여 나름의 장치를 작품 속에 삽입하는 일도 재밌었고요. 특별히 이번 책은 시집 『장송행진곡』과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는데요,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교정지를 살폈던 힘듦도 지금에 와서는 즐거운 기억입니다. 원고를 읽고 고치면서 작가는 매번 자기를 믿었다가 의심했다가 하는데요, 그런 순간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편집자와의 협업도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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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시인 김현이 익숙한 독자가 많을텐데요, 소설가 김현으로 <고스트 듀엣>이라는 한 권의 작품집을 엮는 작업을 하며 즐거웠던 순간이 궁금합니다.
A :
오랫동안 생각했던 ‘첫 책’이라서 작품집을 엮는 일 자체가 설레었습니다. 시작하는 마음이 주는 에너지 같은 게 있잖아요. 편편이 흩어져 있던 작품들을 하나로 모으고 ‘고스트 듀엣’이라는 유니버스를 그려나가는 것도, 작품마다의 느슨한 연결을 위하여 나름의 장치를 작품 속에 삽입하는 일도 재밌었고요. 특별히 이번 책은 시집 『장송행진곡』과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는데요, 시와 소설을 넘나들며 교정지를 살폈던 힘듦도 지금에 와서는 즐거운 기억입니다. 원고를 읽고 고치면서 작가는 매번 자기를 믿었다가 의심했다가 하는데요, 그런 순간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편집자와의 협업도 기뻤습니다.
Q :
<수월>의 죽음들은 삶의 자리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남긴 게 많지 않아서 아쉬움이 적은 가난한 사람의 '호상, 가엾기도 하고 부럽기도 한 죽음 같은 장면을 보며 문인수 시인의 <이것이 날개다>의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라는 시 한 줄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소설 속 죽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A :
‘고스트 듀엣’이라는 표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집에는 죽은 이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고 힘쓰는 사람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살기 위해서 말이죠.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을 비롯해 소중한 존재를 떠나보낸 이들을 향해 너무 쉽게 이제 잊을(잊힐)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말하는 이들에게 들려줄 대답 같은 것들을 오래 고민해왔고 또 여전히 궁굴리고 있는데 그런 마음이 소설 속에 두루 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죽음을 온전히 죽음일 수 있게 하고 또한 삶을 온전히 삶일 수 있게 하는 애도와 기억에 관하여, 생사와 상관없이 어떤 존재와 듀엣이 되는 다정한 일을 떠올리며 책을 읽어주시면(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Q :
싸우는 장면만큼 노래하고 먹는 장면도 많은 소설입니다. 김현의 소설을 읽은 후 이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권하고 싶은 음식이 있을까요?
A :
좋은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시간을 보낼 때 참 행복하잖아요. 그 따스함, 그 편안함, 그 연결감 같은 걸 소설에 넣고 싶다 보니 그런 장면들이 많아진 것 같네요. 여러 음식과 안주들이 있겠지만, 지금 권해드리고 싶은 건 근사한 요리가 아니라 노릇하게 잘 구운 반건조 오징어와 세계맥주 4캔.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마요네즈 간장을 준비하면 더 좋겠지만, 그보다는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마주하고 있어도 좋겠습니다. 그런 사람과 함께라면 어쩐지 실내보다는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노천 어딘가도 좋겠고요. 그런 노천이라면…… 하고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꼬들꼬들하게 끓인 맛있는 즉석라면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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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펀드를 통해 지하련의 작품집 <이따금 난 네가 몰라져서 쓸쓸탄다>가 독자를 만났습니다. 올 봄 지하련의 소설을 임솔아가 이은 이 출간되기도 했는데요, 작가정신에서 출판된 이 책이 1900년대를 산 여성작가 지하련과 2000년대를 사는 여성작가 임솔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다시, 또 함께' 보기 위한 방향성으로 기획된 것에 더해 큐큐의 <이따금 난 네가 몰라져서 쓸쓸탄다>는 지하련을 퀴어적으로 읽기를 시도합니다.
어느새 교유서가 소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교유서가는 인문역사서로 시작한 교유당의 출판 브랜드이지만, 김종광 소설집 『성공한 사람』과 손홍규 산문집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을 시작으로 예술성 높은 소설·산문 시리즈도 출간하고 있습니다. 갓 등단했든 주목받은 신인이었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았든, 신인 작가와 중견 작가를 가리지 않고 독자님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작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여덟 편의 소설 목록은 각양각색의 작가들이 서로 사귀어(交, 교) 노니는(遊, 유) 듯한 모습이라 회사명과 꼭 닮아 보입니다.
임화의 아내이자 월북한 여성 작가인 지하련의 이야기는 이러한 사정으로 오독되었습니다. 1940년 지하련이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의 “나는 진정 네가 좋다! 웬일인지 모르겠다. 네 작은 입이 좋고, 목덜미가 좋고, 볼따구니도 좋다!”라는 문장은 '남자가 여자에게 보낸 연서'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상이 최정희에게 보낸 편지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음을, 이 작품의 번역가 백종륜이 연구를 통해 밝혀내기도 했습니다. 존재하는 작품을 퀴어하게 다시 읽는 경험 역시 번역의 절차를 거치는 것일 듯합니다. 지하련의 소설을 투과해 다시 읽힐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출판사는 지금 : 교유당
이번에 펴낸 장편 『디어 마이 송골매』는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 소식을 듣고 여고 시절 함께 송골매를 좋아했던 친구들이 다시 뭉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이 떨어져 지낸 30여 년은 여고 시절 그토록 친하게 지냈음에도 연락을 망설이게 만드는 긴 시간입니다. 콘서트까지 D-100. 그리운 줄도 모르고 그리워한 그 시절, 함께 열광했던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에 친구들은 함께할 수 있을까요? 유머와 감동이 뒤섞인 홍희, 미호, 은수, 기민의 이야기가 독자님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열망을 콕, 찔러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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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교유서가 소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책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교유서가는 인문역사서로 시작한 교유당의 출판 브랜드이지만, 김종광 소설집 『성공한 사람』과 손홍규 산문집 『마음을 다쳐 돌아가는 저녁』을 시작으로 예술성 높은 소설·산문 시리즈도 출간하고 있습니다. 갓 등단했든 주목받은 신인이었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았든, 신인 작가와 중견 작가를 가리지 않고 독자님들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작품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쌓인 여덟 편의 소설 목록은 각양각색의 작가들이 서로 사귀어(交, 교) 노니는(遊, 유) 듯한 모습이라 회사명과 꼭 닮아 보입니다.
이번에 펴낸 장편 『디어 마이 송골매』는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 소식을 듣고 여고 시절 함께 송골매를 좋아했던 친구들이 다시 뭉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이 떨어져 지낸 30여 년은 여고 시절 그토록 친하게 지냈음에도 연락을 망설이게 만드는 긴 시간입니다. 콘서트까지 D-100. 그리운 줄도 모르고 그리워한 그 시절, 함께 열광했던 송골매의 재결합 콘서트에 친구들은 함께할 수 있을까요? 유머와 감동이 뒤섞인 홍희, 미호, 은수, 기민의 이야기가 독자님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열망을 콕, 찔러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참, 이경란 작가님은 송골매의 찐팬인데요. 이 소설을 출간하며 성덕이 되셨답니다. 송골매의 리더 배철수의 추천사와 MBC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게스트 출연까지! 소녀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좋아하는 가수와 소설로 연결되는 희대의 사건을 지켜보자니 나도 소설을 써야 하나, 조금 이상한 열망이 깨어날 것 같습니다.
- _교유서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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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한국문학에 아로새긴 여성작가의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보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사상을 지닌 여성, 노동하는 여성, 지옥을 담대하게 맞닥뜨리는 여성...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통해 한국 문학의 근원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시, 또 함께’ 바라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소설, 잇다' 시리즈를 통해 이선희와 천희란의 소설을,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시리즈를 통해 강경애의 소설을 다시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