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4일 : 38호
우리는 기록하는 여자가 될 거야
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인데요, 발렌타인데이에 딱 알맞은 맵싸한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후, 한국문학을 즐겨 읽는 (저 같은) 많은 독자가 첫 작품집을 오래 기다린 전하영 작가의 첫 작품집입니다.
수영장 사우나에서 노년 여성 어르신들끼리 하는 말씀을 살짝 엿들을 때가 있는데요, 이 여성들은 남편이 없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없음을 찬양하는 매운 농담을 즐겨 하십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 서로를 향해 쏘는 큐피트의 화살에서 약간 벗어난 자리는 저도 참 자유롭고 평화롭다고 느끼는데요, 전하영 작가의 <그녀는 조명등...>은 바로 이 자리에 핀 조명을 쏴주는 작품이라 읽으면서 통쾌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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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은 발렌타인데이인데요, 발렌타인데이에 딱 알맞은 맵싸한 소설이 출간되었습니다. 2021년 제12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후, 한국문학을 즐겨 읽는 (저 같은) 많은 독자가 첫 작품집을 오래 기다린 전하영 작가의 첫 작품집입니다.
수영장 사우나에서 노년 여성 어르신들끼리 하는 말씀을 살짝 엿들을 때가 있는데요, 이 여성들은 남편이 없는 친구를 부러워하며 없음을 찬양하는 매운 농담을 즐겨 하십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ㅎㅎ) 서로를 향해 쏘는 큐피트의 화살에서 약간 벗어난 자리는 저도 참 자유롭고 평화롭다고 느끼는데요, 전하영 작가의 <그녀는 조명등...>은 바로 이 자리에 핀 조명을 쏴주는 작품이라 읽으면서 통쾌해졌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 활동을 하려 하는, '아름다움'에 홀린 여성들은, 영화를 만들거나 미술을 하거나 소설을 쓰는 여성 - 청년 - 예술가는 하루치 먹이값을 무엇으로 벌어가며 아름다움을 향한 이 행진을 지속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레퍼런스를 넘나들며 게걸스럽게 아름다움을 삼키는 여성들은 이 세계의 그물망 어디에 내가 걸려있는지, 자신의 좌표를 확인하기 위해 두리번댑니다. 미치더라도 곱게 미치고 싶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싶지는 않고 약만 먹고 싶은, 창작자들의 광기가 번쩍입니다. 쓰는 여성의 욕망과 그 욕망이 써내려갈 작품의 지속을 바라봅니다.
2021년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그녀는 조명등 아래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이 소설집에 실리지 않았습니다. 이 소설이 다시 놓일 맥락과, 이 소설과 함께 차려질 만찬을 기대하며 전하영 작가의 다음 행보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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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쪽 : 이런 이야기를 쓰는 여자가 있었다. 내가 모르게. 무언가를 쓰고, 사라진 여자들이 있다.
신작 <케이크 손>을 출간한 단요 작가에게 <칵테일, 러브 좀비> 조예은 작가가 질문했습니다.
현대문학 블로그에 전문이 게시되어 있고요, 알라딘에서 인터뷰 일부를 소개합니다.
▶ 전문 보러 가기
조예은 :
소설을 읽다 보면 곳곳에 ‘개’에 관한 비유가 등장합니다. 이번 작품 이외에도 『개의 설계사』나 우주라이크 단편의 「개와 소금의 왕국」 등 개를 통한 비유를 즐겨 쓰는 것 같아요. 개는 주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귀엽기도 하지만 어딘가 서글픈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벗어나서, 단요 작가에게 ‘개’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단요 :
개와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는, 고양이는 3차원 축으로 움직이는 반면 개는 2차원 평면에서만 이동한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는 의존적인 만큼 충성스럽습니다. 이런 생물적 특성으로 인해 개라는 상징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존과 통제, 행동반경, 그리고 돌봄과 복종에 대한 관념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현실의 개들은 일반적으로 귀여우며 애호할 만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별다른 애착은 없습니다(저는 르누아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르누아르의 그림을 벽에 걸어놓을 생각은 없으며 각별한 감동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개에 대한 감정도 그와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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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
소설을 읽다 보면 곳곳에 ‘개’에 관한 비유가 등장합니다. 이번 작품 이외에도 『개의 설계사』나 우주라이크 단편의 「개와 소금의 왕국」 등 개를 통한 비유를 즐겨 쓰는 것 같아요. 개는 주인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귀엽기도 하지만 어딘가 서글픈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소설을 벗어나서, 단요 작가에게 ‘개’라는 존재는 무엇인가요?
단요 :
개와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는, 고양이는 3차원 축으로 움직이는 반면 개는 2차원 평면에서만 이동한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는 의존적인 만큼 충성스럽습니다. 이런 생물적 특성으로 인해 개라는 상징에는 많은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의존과 통제, 행동반경, 그리고 돌봄과 복종에 대한 관념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현실의 개들은 일반적으로 귀여우며 애호할 만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별다른 애착은 없습니다(저는 르누아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생각하지만 르누아르의 그림을 벽에 걸어놓을 생각은 없으며 각별한 감동을 느끼지도 않습니다. 개에 대한 감정도 그와 비슷합니다).
조예은 :
「작가의 말」에 ‘명백하게도 가해자들의 이야기다’라고 적으셨는데요. 보편적인 윤리의 틀에서 벗어난 주인공을 보며 살풀이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 동시에 인물들이 무척 입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야기 안에서 ‘피해자’와의 대립이 주가 아니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더 깊은 몰입이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캐릭터들 중 훗날 가장 극단적으로 바뀌는 캐릭터가 있다면 누구일까요? 앞으로 꼭 그려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요?
단요 :
제가 만든 이야기든, 타인이 만든 이야기든 간에 마지막 장면이 끝나면 생각도 끝내는 편입니다. 이야기란 기본적으로 잘 짜맞춘 스페이스레일 장난감으로, 정해진 궤도를 한 바퀴 주파한 뒤 끝내는 종류의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한히 이어질 수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정합적인 자리에서 멈춰야 좋다고 여깁니다. 물론 후속작을 만들 수도 있지만 그 후속작은 별도의 스페이스레일 장난감으로, 별도의 완결성을 지닐 필요가 있으므로, 지금의 글만으로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습니다.(한편 『케이크 손』에는 시간적으로 후일담격인 중편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원래 중편이 먼저 쓰였고 그 후에 『케이크 손』이 쓰였기 때문에, 또한 그 과정에서 착상이 발전했기 때문에, 이 중편은 시간적으로는 이후일지라도 엄밀한 의미에서의 ‘훗날’이 되긴 어렵습니다.)
조예은 :
알려진 게 없어서 작가에 대한 부분이 더 궁금한 것 같습니다. 소설을 써야겠다고 처음 결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앞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단요 :
장 르누아르는 감독은 평생 한 편의 영화만을 만든 후 그걸 반복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고정된 테마가 다양한 장편 속에서 반복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어쨌든 저는 죄와 회심의 문제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물성을 지님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저지르고 마는 폭력에 대해서, 인간의 취약성과 소외에 대해서, 물적 토대가 앞서 나열한 요소들과 결합하는 방식에 대해서, 전지구적인 금융의 권세와 정서를 자극하는 시장에 대해서, 그리고 이야기와 의지의 힘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는 권력과 윤리에 대한 것으로 압축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권력과 윤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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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시그니처 아이콘인 '토끼'가 출력되는 뚱뚱한 모니터와 함께 듀나의 초기작이 출간되었습니다. 작가의 데뷔 일인 2월 11일에 맞추어 그가 활동을 시작했을, PC통신 하이텔의 모습으로 '데뷔 30주년 기념 초기단편집'에 소설과 코멘터리가 함께 모였습니다. '컴퓨터가 신문물이었고 인터넷은 아직 대중적으로 상용화되지 않았으며 한국 SF의 계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천진난만한 그 시절'을 책으로 구현한 모습이 즐겁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듀나의 소설은 <구부전>인데요, 도입부가 이러합니다. 1800년대에 조선에서 태어난 소녀가 어마어마한 양반댁의 '바보 남편'에게 시집을 간 후 남편이 급사해 청상과부가 되는데, 이 젊은 과부는 자신을 동정하는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어마어마하게 책이 많은 학자 집안에서 독방을 차지하고 앉아 책을 읽는 호사스러운 팔자를 진심으로 즐깁니다. 독방에서 책만 보는 삶은 그야말로 '갓생'이라 이 주인공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ㅎㅎ 30년 동안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믿음직한 소설가와 동시대를 누린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듀나의 시작점을 빛낸 작품들을 먼저 만나보며 차근차근 듀나의 세계에 접속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구픽은 원래 영미권 장르문학을 중심으로 출간할 생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주로 만들어온 책도, 좋아했던 분야도 그쪽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간작 50여 종이 된 지금 한국 장르소설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그 비중이 커졌습니다. 여러 작가님들의 단편소설들을 한 권에 모은 앤솔러지는 바로 지금, 현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처음엔 1인 출판사로서 장편소설에 비해 빠르게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커 기획을 시작했지만 앤솔러지를 거듭 출간할수록 바로 ‘현재’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노동자의 모험』은 구픽의 출간작 중 그 생각을 가장 강하게 담은 책입니다. 이전에도 몇 권의 앤솔러지를 출간했지만 지금 피부로 와닿는 현시대의 문제를 장르성 짙은 한 권에 담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다섯 분의 작가님들은 따로 조율한 것이 아닌데도 노동 문제의 각자 다른 측면들을 콕콕 짚은, 놀랍도록 현실적이고 재미까지 있는 단편들을 써주셨습니다. 처음 원고들을 받아 읽으면서 겉핥기로만 아는 나에 비해 작가님들은 노동 문제를 훨씬 깊고 넓게 통찰하고 계시는구나, 여러 차례 감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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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픽은 원래 영미권 장르문학을 중심으로 출간할 생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주로 만들어온 책도, 좋아했던 분야도 그쪽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간작 50여 종이 된 지금 한국 장르소설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그 비중이 커졌습니다. 여러 작가님들의 단편소설들을 한 권에 모은 앤솔러지는 바로 지금, 현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사실 처음엔 1인 출판사로서 장편소설에 비해 빠르게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커 기획을 시작했지만 앤솔러지를 거듭 출간할수록 바로 ‘현재’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노동자의 모험』은 구픽의 출간작 중 그 생각을 가장 강하게 담은 책입니다. 이전에도 몇 권의 앤솔러지를 출간했지만 지금 피부로 와닿는 현시대의 문제를 장르성 짙은 한 권에 담은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다섯 분의 작가님들은 따로 조율한 것이 아닌데도 노동 문제의 각자 다른 측면들을 콕콕 짚은, 놀랍도록 현실적이고 재미까지 있는 단편들을 써주셨습니다. 처음 원고들을 받아 읽으면서 겉핥기로만 아는 나에 비해 작가님들은 노동 문제를 훨씬 깊고 넓게 통찰하고 계시는구나, 여러 차례 감탄했습니다.
배명은 작가님의 「삼도천 뱃사공 파업 연대기」는 망자들을 실어 나르는 삼도천 뱃사공이 노동 운동을 했던 망자를 통해 저승으로부터 착취를 당하고 있음을 깨닫고 저항하는 이야기입니다. 작가 특유의 호러적 배경과 분위기가 강렬한 몰입감을 줍니다.
은림 작가님의 「카스테라」는 제빵 노동자의 현실과 우리의 가슴을 치게 했던 비극적인 사건을 조망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고요. 비극적 현실 속에서도 동화적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드문 작품입니다.
이서영 작가님의 「노조 상근자가 여주 인생 파탄 내는 악녀로 빙의함」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웹소설의 빙의/회귀물 스타일을 차용한 노동 혁명 소설입니다. 이 앤솔러지에서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에요. 하필 새벽에 이 원고를 읽다가 폭주하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sns에 올린 적도 있습니다. (물론 지웠습니다)
구슬 작가님의 「슈퍼 로봇 특별 수당」은 한 청소 노동자를 통해 현재의 테크놀로지가 근미래에 불러올지도 모를 비극을 절묘하게 풍자한 SF 단편입니다. 구슬 작가님은 『책에서 나오다』에 수록된 단편 「R.U.R: 혁신적 만능 로봇」을 통해서도 이러한 주제의식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전효원 작가님의 「살처분」은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하며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인간의 편의를 위한 살처분을 통해 동물 복지에 대해서도 조망합니다. 또한 작품을 읽으며 자꾸만 되뇌게 만드는 리얼한 전라도 사투리는 이 이야기를 한층 현실적으로 만들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섯 작가님들이 장르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야기하는 오늘의 노동과 사회가, 보다 단순하고, 보다 명쾌하고, 보다 재미있게, “이것이 바로 나와 내 주변의 이야기”라는 사실로 독자님께 가 닿았으면 합니다. 앞으로도 동시대성을 담은 구픽의 앤솔러지는 계속 출간될 예정이니 꼭 기억해 주세요.
- 구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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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신동엽문학상 수상, 2021년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선정한 ‘우리 시대의 소설 50’에 선정되기도 한 조해진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가 3월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으로 공개 예정입니다. 주연을 송중기가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출간 13년을 맞아 리마스터판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활발하게 활동하며 좋은 작품을 출간하고 있는 작가의 초기작을 새롭게 읽어볼까 합니다. 리마스터판에 더한 작가의 말에 울림이 있어 일부 옮겨적어봅니다.
<로기완을 만났다>를 구상하고 집필할 당시의 저는 서른 중반의 젊은 작가였습니다. 물론 그때는 스스로 젊다는 것뿐 아니라, 제 안에서 무언가가 붕괴되고 부서지며 시야가 확장되고 마음의 키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로기완을 만났다>는 한 인간으로서나 소설 쓰는 사람으로서, 저를 성장하게 해준 작품인 셈입니다.
결혼정보업체에서 판매하는 기간제 결혼을 소재로 한, <완득이> 김려령의 어른스러운 소설 <트렁크>도 서현진과 공유 주연 8부작 드라마로 하반기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있습니다. 화면으로 만나는 문장 속 주인공들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고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