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물같이 차고 맑은 문장은 흙먼지에 물들지 않는다(秋水文章不染塵)”라는 말이 있습니다. 흙먼지 몰아치는 하루하루를 살면서 티끌과 먼지에 물들지 않고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은 오탁악세(五濁惡世)나 다름없고 내면은 갈수록 황폐해지는데 시의 정신, 시대정신을 견지하는 일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마 시와 만나는 시간은 영성을 회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간절해지는 시간, 고요와 균형을 회복하는 시간, 거진이진(居塵離塵)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의 위의(威儀)를 지키며 품격을 잃지 않는 시,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가는 시, 가을 물같이 차고 맑아 정갈하게 마음을 씻어주는 문장,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작은 힘이 되어주는 언어가 되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