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6일 : 57호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는 전수영에게
2023년 <애도의 방식>으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 <어떤 진심>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안보윤의 신작 소설입니다. 그림자 진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이 소설가는 '전수영'이라는 인물에게 말을 걸기 위해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수영의 언니인 전수미는 '모든 불행과 관심'을 독식한 인물, 수영을 '달력 뒷면에 인쇄된 그림처럼' 살도록 한 인물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폭력성으로 전수미는 전수영의 세계를 망가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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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애도의 방식>으로 이효석문학상을 수상, <어떤 진심>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안보윤의 신작 소설입니다. 그림자 진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이 소설가는 '전수영'이라는 인물에게 말을 걸기 위해 이 소설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전수영의 언니인 전수미는 '모든 불행과 관심'을 독식한 인물, 수영을 '달력 뒷면에 인쇄된 그림처럼' 살도록 한 인물입니다. 예측 불가능한 폭력성으로 전수미는 전수영의 세계를 망가트립니다.
평생 전수미에게 착취당한 전수영은 세상의 '전수미'를 발견하는 탁월한 레이더를 지니고 있습니다. '쿠팡 물류센터'에서 3년을 일했을 정도로 강한 인내심을 어필해 노견 클리닉센터에서 일하게 된 전수영은 스스로를 이타적인 인간으로 포장하는 노견센터 원장에게서 '전수미'스러움를 발견하고 모종의 선택을 합니다. '모든 것이 늘 그렇듯, 쉽지 않'(작가의 말)은 이 세계에 던져졌음에도 어떤 '전수영'들이 내리는 인간적인 선택의 가능성에 말을 거는 안보윤의 소설을 소개합니다.
- 알라딘 한국소설/시/희곡 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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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 우리 수영이는 똑똑하니까 아빠 말 이해하지? 엄마가 믿을 사람은 수영이 너뿐이야. 알지?
Q :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주인공 영두는 창경궁 대온실을 수리하는 과정을 겪으며 자신의 슬픔 역시 수리합니다. 마음 다친 일이 많은 세상이라 소설 속 인물이 몸으로 밀고 나가는 수리의 과정이 더 감동적인 듯합니다. 출간 후 한 달가량 지났는데요, 이 소설로 독자를 만나며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A :
“나도 그런 다다미방에서 살았어요” 하고 자기 추억을 말씀해주시는 할아버지 독자님 말에 정작 그런 곳에서 살아보지 않은 저이기에 힘을 얻었어요. 저는 기록과 문헌, 증언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 중에는 저보다 더 연세가 많은, 경험이 더 생생한 분들도 있을 거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이 소설이 잘 다가가기를 바라며 최대한 노력했기에 보람 있었습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쉽다”는 말씀도 독자분들이 여러 번 해주셔서 사실 눈물 날 뻔했어요. 저는 분량이 너무 긴 것이 아닌가, 요즘 장편들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라서 걱정했는데 반응이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 장편도 길게 써도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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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대온실 수리 보고서>의 주인공 영두는 창경궁 대온실을 수리하는 과정을 겪으며 자신의 슬픔 역시 수리합니다. 마음 다친 일이 많은 세상이라 소설 속 인물이 몸으로 밀고 나가는 수리의 과정이 더 감동적인 듯합니다. 출간 후 한 달가량 지났는데요, 이 소설로 독자를 만나며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을지 궁금합니다.
A :
“나도 그런 다다미방에서 살았어요” 하고 자기 추억을 말씀해주시는 할아버지 독자님 말에 정작 그런 곳에서 살아보지 않은 저이기에 힘을 얻었어요. 저는 기록과 문헌, 증언으로 체험할 수밖에 없지만 이 책을 읽은 독자분들 중에는 저보다 더 연세가 많은, 경험이 더 생생한 분들도 있을 거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이 소설이 잘 다가가기를 바라며 최대한 노력했기에 보람 있었습니다. “페이지가 줄어드는 게 아쉽다”는 말씀도 독자분들이 여러 번 해주셔서 사실 눈물 날 뻔했어요. 저는 분량이 너무 긴 것이 아닌가, 요즘 장편들이 짧아지고 있는 추세라서 걱정했는데 반응이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었습니다. 다음 장편도 길게 써도 될 것 같아요!
Q :
식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포도나무 에피소드도 인상적인데요, <식물적 낙관>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식덕’으로서 김금희 작가가 독자와 함께 사랑하고 싶은 나무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A :
저는 이제 실내의 식물들을 넘어 자연에서의 나무로 관심이 확장되었어요. 그들이 군락지에서 다른 나무들의 상태를 살피며 생태계를 유지, 보수하고 있다는 사실에 인간종으로서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영양분이 부족한 어린 나무를 돌보고(탄소를 나누어주고) 숲에서 화재가 일어나면 위험신호를 나누기도 해요. 이 지구라는 세계가 인간 이외의 것들이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자기만의 언어로 꽉 채우고 있다는 것, 그런 자연의 언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Q :
궁궐을 걷기 좋은 가을입니다. 역시 창경궁일까요? 작가께서 소개하고 싶은 가을에 나들이하기 좋은 장소가 궁금합니다.
A :
창경궁이죠! 창경궁이 사람들로 북적이지 않기에 오히려 좋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왕들은 경복궁보다 오히려 창덕궁, 창경궁에서 머물기를 원했어요. 자연과 어우러져 포근하고 걷기도 좋고 특히 창경궁 고양이들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꼬리가 짧아 토끼인가? 싶은 그 미묘들을 보시고 기분 좋게 깊은 가을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대온실에 가셔서 제 소설 속 인물들을 하나하나 상상해보시는 순간도 있으셨으면 해요. 저도 창경궁에 가면 그렇게 한명씩 한명씩 세워보고 돌아오거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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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연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올해 안에 한번 보자고 말한 친구와 슬슬 약속을 잡아야 할 때? 은행 홈페이지에서 토정비결 조회가 가능할 때? 제게 연말은 알라딘 올해의 책 투표 이벤트로 시작됩니다... 그리하여 오늘 2024년 11월 6일부터 연말이라는 사실...
연말연시엔 '평균율 클라이버 곡집'같은 바흐의 음악을 챙겨듣게 됩니다. '‘순정률’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각각의 결함을 나눠 가짐으로써 모든 음이 편안하게 들리는 ‘지극히 인간적인’ 방식의 음률 체계'라는 평균율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자니 이 음률에 기대면 마음이 편해지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프란츠, 2017), 피에르 베제르의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프란츠, 2021) 등을 번역 소개하기도 한 김유진 신작 장편소설의 제목이 <평균율 연습>인 것이 반갑습니다. “예술의 과정에 존재하는 사소한 실책의 순간들”(201쪽)이 우리의 삶을 더 풍성하게 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펼쳐보고 싶은 소설입니다.
상세 이미지에 ‘출판사의 자체 한 줄 평’을 넣고 싶어 편집자, 디자이너분께 요청했는데 대표님의 한 줄 평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겐 이런 사회파 미스터리가 필요했다.”
여기에서 ‘우리’란 독자이지만 저는 그 문장을 ‘나비클럽에겐..’으로 읽었습니다.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붐을 기다리며 《계간 미스터리》 잡지 출간에 공을 들이고 신인 미스터리 소설가를 발굴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으니까요. 나비클럽은 ‘이런 미스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것들이 만든 인간의 욕망을 뚫어지게 관찰하는 작가의 시각, 정답이 없을지라도 던지는 것 자체가 중요한 질문, 매력적인 캐릭터와 흡인력 있는 미스터리 구조, 힘 있는 문장력, 게다가 길이도 장편인 미스터리 소설. 《타오》는 나비클럽이 기다려온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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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이미지에 ‘출판사의 자체 한 줄 평’을 넣고 싶어 편집자, 디자이너분께 요청했는데 대표님의 한 줄 평은 이것이었습니다. “우리에겐 이런 사회파 미스터리가 필요했다.”
여기에서 ‘우리’란 독자이지만 저는 그 문장을 ‘나비클럽에겐..’으로 읽었습니다. 한국 미스터리 소설의 붐을 기다리며 《계간 미스터리》 잡지 출간에 공을 들이고 신인 미스터리 소설가를 발굴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었으니까요. 나비클럽은 ‘이런 미스터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그것들이 만든 인간의 욕망을 뚫어지게 관찰하는 작가의 시각, 정답이 없을지라도 던지는 것 자체가 중요한 질문, 매력적인 캐릭터와 흡인력 있는 미스터리 구조, 힘 있는 문장력, 게다가 길이도 장편인 미스터리 소설. 《타오》는 나비클럽이 기다려온 사회파 미스터리입니다.
이 소설은 김세화 작가가 《계간 미스터리》에 발표해 온 ‘오지영 형사과장 시리즈’ 단편소설 네 편을 잇는 다섯 번째 시리즈 소설입니다. 단편소설에서 뛰어난 수사력이 빛나던 오지영은 장편소설에서 형사과장으로서의 고충뿐 아니라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다채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이혼 일주일 차 스트레스, 형사로서 수치스러운 장면이 찍힌 CCTV가 뉴스에서 중계되는 모습, 어떤 상황에서도 피해자가 ‘수사 대상’이 아니라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는 정신 등은 이후에도 계속될 오지영 시리즈를 더 현실감 있게 읽을 수 있게 만듭니다.
오늘 읽은 독자평 중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잘 나가는 자극성 일본 추리소설과는 아예 성격이 다른 것 같군요. 차라리 북유럽의 복잡한 추리소설 같은데 어쨌든 우리나라에 이런 추리소설은 드물지 않을까? 우리 현실, 주제를 밀도 있게, 호소력 있게 다룬 것 같네요. 막판 추리, 막판 결말은... 이것도 정말 색다르네요. 다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추리소설이 성공할지는 궁금증 반, 기대 반!” 저도 그렇습니다. 성공할지 궁금증 반, 기대 반.
- 나비클럽 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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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첫 출간되었던 이병률의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가 문학동네 포에지 092번으로 복간되었습니다.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 어찌 시뿐이겠는가. (2023년 가을)
첫 책을 엮은 젊은 시인이었던 이병률은 20년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기어이 써버리는 사람'인 유선혜는 2024년 첫 시집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로 이제 독자를 만납니다. 시인의 말은 이제 퍼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토하지 않으면 어떻게 살아가죠? (2024년 10월)
첫 시집의 발자국에서 나아갈 시인의 이야기를 기대해보며 빛깔이 다른 두 시집을 한 자리에 놓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