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문학의 얼굴들

투표 시 적립금 500원 + 2025 한국문학 독서기록 노트

기간: 2024년 12월 04일~ 2024년 12월 24일
2024년의 한국문학 사랑 :
한국문학 앱레터와 묻고 답했습니다 레터 보러 가기
  • 알라딘 : 정신이 아플 때의 추상적인 고통을 실제적인 내장의 아픔으로 연결할 때의 감각이 좋았습니다. “누군가 네 심장을 주물럭거리는 느낌”(「Nirvana」), “내장을 도려내어 오장육부의 융털과 세포까지 보여주려고”(「그게 우리의 임무지」) 같은 감각들이 그랬는데요.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언어로 그려내는 일이 철학적이기도 하고 시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시적인 말과 철학적인 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유선혜 :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것은 철학과 시가 둘다 행하는 일이지만, 그 방식이 다른 것 같아요. 철학은 정교한 논증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에 도달한다면, 시는 어떤 장면에서 포착되는 균열과 감각 같은 것들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감각이 비약과 무논리의 산물일지라도요. 비유하자면, 철학은 화석이 된 뼈를 연구해서 과거의 공룡의 존재를 추론해낸다면, 시는 공룡의 뼈를 통해서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이나 파충류인간 같은 것을 그려보는 게 아닐까요? 그러나 결국에는 현재에 도달할 수 없는 것, 과거의 생물이든 상상의 동물이든, 지금이 아닌 것. 아름답고 선하고 진실한 것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알라딘 : <소설 보다 : 가을 2024> 참여 작가께 질문드립니다. 소설 보다 시리즈를 챙겨 읽는 독자들은 대개 작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며 다가올 책을 기다리는 듯합니다. 작가로서 어떤 활동을 하며 독자를 만날지 이 계절의 행보와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합니다.

    이미상 : "질문에 박힌 세 번의 ‘행보’를 읽으며 새삼 참 예쁜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찌 보면 ‘행보’라는 단어는 예쁘기보다 무뚝뚝하지만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이미지의 단어입니다. ‘행복’에서 받침이 하나 빠져 그런지 다리 하나가 부러져 기우뚱하면서도 웃으며 척척 나아가는 귀여운 탁자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질문을 통해 행보라는 단어를 새로 감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렇듯 저의 행보래 봐야 계절과 상관없이, 매일 삶 속에서 주어지는 많은 단어를 신기해하고 귀하게 여기며 조몰락조몰락하는 일을 반복하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 고개를 들면 어느새 찬란한 가을 하늘이 건물 사이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의 모양으로 잘려 자라나 있습니다.
    결국에는 소설을 쓰거나, 인터뷰를 통해 질문을 던지거나,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빌라의 유리 현관문에 공지글을 붙이거나, 우리 모두가 수많은 단어를 발신하고 수용하며 그의 영향 아래서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거대한 언어 세계의 일원으로서, 올가을에도 글을 열심히 쓰고 많이 지우고 조금 남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적인 답변을 덧붙이자면, 내년에는 (부디) 장편과 단편집을 출간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 환희의 책
    13,500원(10%)
    알라딘 : 『환희의 책』은 곤충들이 공저자로 두 인간의 사랑을 관찰하는 이야기입니다. 관찰당하는 존재인 곤충이 관찰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서 이 시선의 방향의 뒤짐힘 자체가 퀴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멜라 : 그렇네요! 덧붙여 “퀴어적”이란 건 어떤 것인지 여러 사람이 모여 느슨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 때론 낯설고, 때론 근사한 이야기 사이사이로 그간 말하지 못했던 각자의 ‘퀴어스러움’이 잠시라도 서로에게 스밀 수 있다면 좋겠지요. 그 대화의 자리에 『환희의 책』의 저술가들인 곤충들도 함께할 겁니다. 성체가 된 뒤에도 계속 탈피를 지향하는 톡토기, 흡혈과 산란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암모기, 한곳에 머무르며 육식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거미까지. 각자 자기의 집단에서 남다르고 모난 존재들이죠. 그렇기에 세상 속에서 구르고 깨져야만 했던 자신의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나의 시선으로 다른 존재의 퀴어스러움을 관찰하고, 동시에 다른 누군가에게 나의 퀴어스러움이 하나의 관찰 대상으로 꼼꼼하게 탐구되면서, 그렇게 공저자로 서로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이 세계가 한 권의 책이라면, 우리는 모두 그 책의 한 꼭지를 도맡아 쓸 수 있는 저술가들이자 독특한 퀴어들이 아닐까요.
  • 알라딘 :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의 첫 작품 〈성주단지〉의 첫 문장부터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선생님. 선생님도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한국어를 하지 못해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던 네팔인 찬드라씨 사건처럼 미쳤다는 말을 듣는 사람은 대체로 외부자들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미친’ 사람들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이삭 : 《천지신명은 여자의 말을 듣지 않지》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미친’ 사람들이라고 불리지만, 외부자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내부자에 더 가깝지요. 다만 그들은 내부의 ‘정상성’에 포섭되지 않는(혹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공자가 논하지 않았다는 괴력난신처럼요. ‘정상성’이라는 그물망에 담기지 않고 새어 나갔기에, 그 안에 담긴 폭력과 부조리함을 인식하고 이를 폭로하였기에 광인으로 몰린 거고, 언급되지 못하는 괴력난신이 되어버린 게지요. 미쳤다고 하는 ‘광인’들이 정말로 광인인지, 누가 그들을 광인으로 분류하는지, 그 기준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주인공들을 조형하였는데요, 이러한 시도는 사실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소설가 루쉰의 작품인 《광인일기》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루쉰이 전근대를 상징하는 식인(食人)와 근대를 상징하는 광인을 정반대의 자리에 두고 대립시켰다면, 저는 식인과 광인을 같은 편에 두었습니다.
  • 알라딘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의 주인공들은 수능 0세대, 75년생 동년배 여성입니다. ""살찌는 거야 일도 아니지""(15쪽) 현재를 굳이 거스르려 하지 않는 태도가 느껴져 이 대사부터 이 소설의 인물들에게 빠져들었습니다. 인물들의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인상적이라 이런 태도, 어려움을 어려운 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김이설 : 난주나 정은, 미경이 처음부터 ‘그렇게 그런대로’ 살아온 사람들은 아니었을 겁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동동거렸을 테고, 힘든 현실을 극복하려 아등바등 쩔쩔맸을 겁니다. 혹은 어쩌지 못하는 걸 삭이느라 끝내 스스로를 부정하기도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도 한 시절의 일입니다. 오십 년, 쉰 살이란 세계는 대적해 맞서 싸우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뒹굴고 같이 굴러가야 탈이 안 난다는 걸 저절로 알게 되는 시간, 내 스스로가 바로 그 세계라는 걸 익히 깨달은 나이인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그런대로’ 사는 것이 가장 나다운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임을 깨닫지 않았을까요?
  • 버섯 농장
    13,500원(10%)
    알라딘 : 관계의 이면을 굳이 들추는 데서 (누수로 버섯 곰팡이가 핀 벽을 굳이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의 긴장감이 만들어집니다. <대체 근무>, <간병인> 같은, 서로 돌봄과 배려를 주고 받는 사이라 해도 마음 안쪽을 들춰보면 다른 생각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말하지 않는, 관계 안쪽을 들추어보는 소설적인 눈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성혜령 : 저는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초반까지 꽤 오래 병원 생활을 했고, 그동안 위로와 돌봄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때 저는 몸도 마음도 부서지기 쉬운 상태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선의가 선긋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네가 잘 견디고 있어서 다행이다. 나라면 못 견뎠을 거야.” 그런 말들은 마치 “너는 이 병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나는 아닌 것 같아. 그래서 너만 이 병에 걸린 거야.”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부끄럽지만, 이 삐뚤어진 생각과 마음들이 제가 이야기를 상상하게 되는 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 알라딘 : 부디 당신들이 무사히 청춘의 시기를 지나 나를 만나러 오기를'이라는 작가의 말이 참 좋더라고요. 소설을 읽고 다시 힘내서 오늘을 살아갈 독자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부탁드립니다.

    김혜정 : 저는 시간이 흐른다기보다 쌓인다고 생각해요. ‘오늘의 나’의 양손을 잡고 있는 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예요. 고개를 돌려 양옆에 서 있는 나를 보세요. 과거의 내가 잘했듯이 오늘의 나도 잘할 수 있을 거고, 미래의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더 힘을 내서 살아가는 거죠. 요즘 100세 시대잖아요. 그러니 인생을 조금 더 길게 봤으면 좋겠어요. 늘 어렵기만 하고 힘들지만은 않아요.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있고, 어려울 때도 있고, 신날 때도 있고 정말 다양한 게 다 모여 있는 게 삶이잖아요. 여러분들의 중년과 노년이 기다리고 있으니, 힘을 내서 걸어가 보세요!
  • 알라딘 : 신간 <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은 2000년대 이후로 태어난 이들은 '희망을 모르는 세대'로 함께 묶이곤 했다(11쪽)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학창 시절부터 10년을 품어온 이야기라고 하셨는데요, '희망을 모르는' 상태로도 기억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품게 된 마음이 궁금합니다.

    이하진 : "작가의 말에서도 언급했지만, 처음부터 재난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라면서 제 또래인 수백 명이 이유 없이 희생되는 걸 두 번이나 목격했어요. 10대 때 한 번, 20대 때 한 번. 그래서 재난에 대한 감정이 더욱 각별할 수밖에 없고요. 가장 오래되어 소중한 이야기였기에 가장 큰 관심사를 향해 저절로 방향을 틀었던 것 같습니다.
    세월호 참사 9주기가 막 지났을 때 제 노란 리본을 보고 대학 동기가 별일 아니라는 듯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있구나”라고 말했던 게 기억에 있어요. 연재 원고료 일부를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에 기부했을 때 대놓고 “난 그 사람들(유가족)이 싫다”고 말한 지인도 기억에 남아 있고요. 그 사람들을 매도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땐 ‘아, 이게 정말 보통의 반응이구나’하고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는 실망하지 않으려고, 기억과 애도가 유난스럽지 않은 이야기를 적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후일은 제대로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그게 재난을 목격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이자 가장 거대한 일이라고 생각하고요."
2024년의 한국문학 사랑 :
편집장의 선택으로 소개했습니다.
  • 전미도서상 후보, 로제타상 후보 작가. 하퍼콜린스의 선택을 믿고 읽는 세계 독자가 주목하는 한국 SF 작가 김보영이 J. 김보영이라는 필명으로 처음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작품의 배경은 2015년의 서울시 연남동. 가정폭력을 피해 가을 밤 새벽을 달리던 한 소년이 우연히 들어간 편의점에서 한쪽 다리가 없는 소녀와 화상 흉터를 지닌 여성을 만나 이 세계와 중첩된 또 하나의 세계 '심소心所'로 가는 문을 연다. 그 세계에서 모멸과 분노는 칼이 된다. 더 많은 폭력을 겪은 이가 더 강한 자가 되는 곳에서 소년과 동료들은 존엄을 향한 위대한 전투에 돌입한다.
    (후략)
    2024.10.04 | 소설 MD 김효선
  • 서울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에 한때 창경원이라는 동물원이 있었다. 이 유원지가 영업했던 것은 1909년부터 1983년까지의 일로, 일제 잔재 청산의 일환으로 창경궁 복원 계획이 시작되어 현재는 궁궐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과거에 그 자리에서 코끼리를 보던 서울시민들처럼 현대 도시인들은 이제 인스타그램에 궁궐 야행 관람기를 남기며 2020년대를 보내고 있고, 한때 그곳에 원이 있었다는 흔적은 원의 서쪽이라는 '원서동'이라는 지명 정도에나 남아있다. <경애의 마음> 김금희의 장편소설을 이끌어가는 서술자, 30대 여성 '영두'는 한 시절 이 원서동에 살았던 일이 있다. 그 시절의 좋았던 기억마저 분갈이하듯 통째로 파내고 싶을 정도로 큰 상처를 받았던 어린 날이었다.
    (후략)
    2024.09.27 | 소설 MD 김효선
  • 빛과 멜로디
    14,850원(10%)
    그 멜로디는 그렇게 종종 긴 세월을 통과하여 내가 서 있는 곳으로 흘러들어오곤 했다.
    <빛의 호위>(2017) 9쪽

    2017년 표제작 <빛의 호위>를 중심으로 소설집을 엮으며 조해진은 작가의 말에 '이제야 나는, 진짜 타인에 대해 쓸 수 있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적었다. 조해진의 소설이 만들어온 단단하고 귀한 세계를 꾸준히 따라 읽어온 독자들이 각별히 아낀 두 인물, 권은과 승준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만난다. 조해진이 5년 만에 발표하는 장편소설이다.
    (후략)
    2024.09.06 | 소설 MD 김효선
  • 사랑과 결함
    14,850원(10%)
    예소연의 첫 소설집이 한여름에 도착했다.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수상한 SF <고양이와 사막의 자매들>, 2023년 문지문학상 수상작 <사랑과 결함>을 이미 만난 독자가 기다렸을 바로 그 책이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10편의 소설은 그야말로 동시대적이다.

    일자리가 불안정하고 거주지가 취약한 젊은 여성들은 ""너 남자 없이 못 사냐?""(12쪽)라고 친구를 비난하면서도 마음이 허해 '어플'을 돌려 오늘 만날 남자를 찾기도 한다. 영화로도 제작된 <우리 철봉 하자>의 두 친구 맹지와 석주는 ""담당자가 너무 예민하다고. 페미 같다나 뭐라나.""(17쪽)라는 인상비평에도 일자리를 잃을만큼 취약해서 크로스핏으로 근육량을 늘려서라도 이 세계에 붙어있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후략)
    2024.08.09 | 소설 MD 김효선
  • 배수아주의자에게 5년 만에 초대장이 도착했다. “이것은 최초의 여행에 관한 글이다. 여행은 편지와 함께 시작되었다”라는 문장과 함께 여행이 시작된다. 이 편지는 MJ로부터 온 것인데, 나와 MJ는 한때 같은 하숙집에 기거했던 사이로 만난지 오래되어 지금은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다 해도 서로 알아보기 어려운 정도의 사이이다. 편지도, 여행도, 기억도, 속삭임도 모호한 채로 여행가방을 풀고 꾸리며 사실과 거짓과 추측이 혼재된 속삭임이 우묵한 기억의 정원으로 나를 소환한다. '모호한 정원과도 같은 그 날을, 그 기억의 우묵한 장소를' (49쪽) 스케치한다.

    나는 이 세상을 알고 싶지 않은 만큼이나 나를 알고 싶지 않다. (18쪽)
    (후략)
    2024.08.02 | 소설 MD 김효선
  • 오렌지와 빵칼
    10,800원(10%)
    27세 유치원 교사인 오영아는 잘 웃고 잘 참는다. 친구 은주가 재난 피해를 받은 세계 각지의 아동의 비참한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전달한 기부 링크를 보면 청바지를 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기부를 한다. 은주가 하는 말은 항상 옳다. 정치인의 비리, 기업의 로비, 프리랜서의 고발, 연예인의 잘못된 역사의식 등 비난받아 마땅한 악행이 세계 도처에 가득하고 은주의 가치관에 복종하느라 오영아는 웃음을 잃었다. 자신을 때리는 폭력적인 원생 은우며, 나에게 잘해주는 좋은 사람이지만 재미는 없는 남자친구 수원 등에 시달리면서 참고 절제하느라 무표정해진 오영아는 예전의 밝은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정서 변화 시술'을 소개받는다. 뇌의 기전을 자극해 도파민을 휘감은 영아는 이제 브레이크가 고장난 트럭처럼 질주하며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후략)
    2024.07.19 | 소설 MD 김효선
  • 쓰게 될 것
    15,120원(10%)
    <구의 증명>(2015)으로 시간을 거슬러 사랑받고 있는 최진영의 신작 소설집.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홈 스위트 홈> 등 2020년대에 발표한 여덟 편의 이야기를 실었다. 전쟁을 세 번 겪은 할머니를 둔 '나'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미래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미래와 격돌할 것을 다짐한다. 오페라의 서곡처럼 맨 앞에 놓인 소설 <쓰게 될 것>은 이 소설들이 향하는 방향을 가리킨다.
    (후략)
    2024.06.18 | 소설 MD 김효선
  • 미래의 손
    11,700원(10%)
    나를 펼쳐주세요 나는 줄줄 흐르고 싶어요 강이 될래요 바다가 될래요 마그마가 될래요....
    <독서 유예> 24쪽

    2020년 <침착하게 사랑하기> 외 4편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차도하의 첫 시집. <침착하게 사랑하기>는 신에게 손을 붙잡혀 강변을 걷는 화자가 맡은 물비린내로 시작되어 마지막 행의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마무리된다. '기성 시인 누구도 쉽게 떠올릴 수 없게 한 개성의 충만함이 눈부셨다'는 평처럼 이 시의 비범함을 감각한 많은 이가 그의 첫 시집을 기다렸다. 그때 독자의 '미래의 손'엔 이 시집이 쥐어진 듯도 했다.
    (후략)
    2024.06.07 | 소설 MD 김효선
  • 고잉 홈
    15,300원(10%)
    <초급 한국어>, <중급 한국어> 시리즈의 문지혁 소설집. 뉴욕에서 외국인에게 기초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에서 대학 신입생들에게 교양 글쓰기를 가르치던 강사 '문지혁'이 등장하던 오토픽션의 정서가 소설집 전반에 흐른다. 대체로 그들은 꿈꾸는 중이고, 꿈꾸던 삶을 '체이스'(chase)하느라(2010년 소설가 문지혁이 발표한 첫 작품의 제목은 <체이서>였다.) 길을 오간다. 네모반듯한 맨하탄을 걷든, 뉴욕에서 플로리다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든, 서울과 뉴욕을 비행기 항로를 따라 이동하든 그들은 정착하지 못한 채 좌표 위를 오가는 중이다.
    (후략)
    2024.03.12 | 소설 MD 김효선
  • <저주토끼>로 2022년 부커상 국제 부문, 2023년 국내 작가 최초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가 정보라의 자전적 SF 연작.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같은 전통적인 자전소설을 떠올리면 자전소설과 SF가 함께 놓일 수 있다는 게 쉽게 상상이 되진 않는다. 고등교육법, 일명 강사법 개정안을 앞두고 시위 중이던 대학강사인 '나'는 농성 천막 안에서 반년을 풍찬노숙중인 '위원장'이 천막에 나타난 문어를 삶아먹은 일로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에게 잡혀가게 된다. 이 문어는 이 '말'을 반복한다.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후략)
    2024.02.06 | 소설 MD 김효선
2025년 한국문학 독서기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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